가요대상,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나

[주장] 시상 객관성·공정성 확보로 거듭나야

등록 2004.01.01 16:56수정 2004.01.0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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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만 되면 되풀이돼온 '가요 대상' 논란은 2003년에도 어김없었다. 케이블 방송뿐 아니라 지상파 3사까지 연말 가요 대상 시상식은 줄잡아 10여개에 이르지만 그 많은 시상식 중 정작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받는 시상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방송사 임의 방식에 의해 수상자를 선정하고 팬들은 그걸 그대로 받아들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논란의 발단은 연말 가요 대상을 거의 휩쓴 이효리에 의해 시작됐다. 이효리는 올 한해 '효리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가요계뿐 아니라 문화적인 면에서도 가장 뜨거운 화두였다. 올 해 시상식의 단골 손님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일. 그러나 그것이 최고의 자리인 대상으로까지 줄줄이 이어지자 팬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먼저 가요 대상이라는 것은 앨범 판매와 가창력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이효리는 이 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올 한 해 이효리 1집 '10 Minutes'의 판매량은 15만장. 최고 판매량을 보인 김건모(51만장)에 한 참을 못 미치는데다 조성모, 휘성 등에도 크게 뒤떨어져 있다. 가창력 역시 무대에서 립싱크로만 일관해 대상감으로는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각 방송사의 모호한 수상 기준이 자리잡고 있다. 영향력이 가장 큰 지상파 3사의 경우 앨범 판매량보다 방송 공헌도, 네티즌 투표, 심사위원 평가 등이 수상의 주 잣대가 되고 있다.

일단 방송에 많이 출연하면 수상 범위 안에 들게 되고 대부분 음악과 전혀 무관한 심사위원들에게 표를 받으면 수상 가능성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네티즌 투표 역시 매체의 속성상 특정 가수들에게 표 쏠림이 이루어 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논란에 대해 방송사들은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 이유로는 방송 공헌도는 자체적으로 주관하는 행사인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고 심사위원 선정은 가요가 이제 더 이상 듣는 음악이 아닌 만큼 다방면의 인물을 선정한다는 것이다. 즉 방송사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해 공정하게 시상식을 거행하고 있다고 여긴다.

과연 이런 논리가 적절한 것일까? 여기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더 이상 방송사들이 연말 시상식을 시상식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연말 시상식을 방송사 자체의 연례 행사로 치부하기 때문에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는 몇 년 전부터 대안으로 제기된 연말 시상식 페지 주장에 방송사들이 거부감을 보인 것과 무관치 않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기존의 가요 시상식을 통·폐합 단일 가요 시상식을 만들려고 하지만 사실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지상파 3사는 물론이고 각 케이블 방송들도 자체 시상식을 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도움 없이 과연 단일 시상식이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가 문제다. 특히 지상파 3사의 경우 연말 시상식 방송에서 워낙 높은 광고료가 따라 붙어 시상식을 폐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각 방송사별로 연말 가요 시상식과 관련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확보해 나가는 길이다. 어느 정도의 공정성만 확보된다면 지금과 같은 연말 가요 시상식의 난립도 큰 문제될 것은 없다.


만약 각 방송사들이 지금과 같이 시상식을 계속 일회성 이벤트에만 머무르게 한다면 굳이 중복되는 시상식을 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연예 대상과 병합하는 편이 전파 절약이라는 면에서도 유익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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