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때문에라도 살아야겠다"

새해 아침 독거 장애 노인 떡국 대접한 학생들

등록 2004.01.01 18:22수정 2004.01.0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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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2004년 새해 아침에 혼자 외롭게 살고 계시는 장애 노인을 찾아가서 떡국을 대접 드리며, 세배를 드린 신세대 학생들이 있어 이웃간의 훈훈한 '정'과, 사랑이 넘치는 새해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느끼게 한다.


"할머니 떡국 드세요."
"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중생들이 직접 끓인 떡국
여중생들이 직접 끓인 떡국황원판
학생들이 준비해온 재료로 떡국을 만드는 모습
학생들이 준비해온 재료로 떡국을 만드는 모습황원판
독거장애할머니와 학생들이 정겹게 떡국을 먹는 모습
독거장애할머니와 학생들이 정겹게 떡국을 먹는 모습황원판
할머니께 세배 드리는 학생들
할머니께 세배 드리는 학생들황원판
새해가 밝자 9평 남짓한 상곡리 주공아파트(마산시 내서읍)에서 혼자 장애를 안고 외롭게 사시는 김점순 할머니(77세) 댁에는 '첫 손님'으로 손녀 같은 여중생 3명이 찾았다. 봉사동아리 <말벗나무>학생들이다.

<말벗나무>는 마산합포여중(교장 신화정) 2∼3학년 학생 총 7명이 활동중인 조그만 동아리다. 장애를 안고 혼자 쓸쓸하게 사시는 '독거장애노인'이나, 외롭게 살아가는 '고아'들의 외로움을 달래는 '말 벗'이 되고자 자발적으로 만든 동아리로, 김점순 할머니와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약 1년 동안 인연을 맺어왔다.

학생들은 매월 1∼2회 정도 주말을 이용해 할머니 댁을 찾아 남모르게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특히 오늘은 혼자서 외롭게 새해를 맞이하는 터라 더욱더 반갑게 이들을 맞이하였다.

이날 찾은 학생은 동아리 대표인 문선영 학생과, 백아름, 김윤지 학생 등 3명 모두 3학년 학생들이었다.


평소 절약해 모은 용돈으로 준비한 과일과 과자를 보며 할머니는 고마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예로부터 새해의 정을 느끼게 하는 '떡국'을 고사리 손으로 직접 끓여 대접 할 때는 감격의 눈물을 왈칵 쏟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눈물을 흘리며 학생들의 온정에 감사하는 할머니
눈물을 흘리며 학생들의 온정에 감사하는 할머니황원판
"내가 너희들 때문에라도 살아야겠다. 늙고 병들어 아무 일도 못하며 남들에게 짐만 되면서 '살아서 뭣하나'는 생각도 많이 해왔지만, 너희들의 애정과 정성을 보니까 꼭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마음을 모아 준비한 과일과 떡국이 할머니에게는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되었다.

할머니는 장기기증등록증을 보이며 남은 삶을 이웃을 위해 봉사할 것을 다짐하시기도 했다.

장기기증 등록증을 보이며 '남은 삶을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말씀하시는 모습
장기기증 등록증을 보이며 '남은 삶을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말씀하시는 모습황원판
추운 새해 아침에 할머니 댁을 찾은 이유를 묻자 동아리 대표 문선영 학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독거장애노인의 큰 어려움의 하나인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달래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지금처럼 추운 연말연시가 홀로 사시는 이 분들에게는 더욱 힘든 시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고교 진학이 이미 결정된 중3 학생들로, 내신성적을 위한 '봉사활동 시간 채우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학생들이다. 그러나 추운 겨울 방학중에, 그것도 새해 아침 일찍이 평소 인연을 맺어온 독거 장애노인을 찾은 데서 이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봉사 동기를 엿보게 한다.

이들이 평소 독거 장애 노인 댁을 방문할 때는 한 푼 두 푼 아껴 모은 용돈으로 할머니께서 즐겨 드시는 과자, 과일 등을 사가기도 하고, 쌀을 조금씩 모아 전해드리기도 한다.

한 번 방문하면 보통 3∼4시간 정도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주로 청소해드리기, 휠체어로 나들이 도와드리기, 식사 챙겨드리기, 말벗되어드리기, 손·발톱 손질해드리기, 머리 감겨드리기, 세수·세족 해드리기 등 바쁘게 시간을 보낸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인근 야외 공원에서 함께 소풍을 가기도 했고, 12월 19일에는 연말을 맞아 떡을 준비해 이 지역에 사는 40여 독거 장애 노인께 추위 속에서도 직접 배달하며 '따뜻한 사랑'을 전한 적이 있다.

언제 제일 보람이 되었냐는 질문에 문선영 학생은 미소 띤 얼굴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장애를 안고 혼자 힘들게 살아가시는 할머니께서 너희들 때문에 외롭지 않구나 하고 말씀하실 때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시는 김점순 할머니를 보고, 긍정적인 사고를 비롯하여 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한 많은 것들을 직접 배우고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숨은 선행이 주위에 알려져 <말벗나무>는 지난 11월 한국시민자원봉사회 주관으로 실시된 전국자원봉사대회에서도 중학생이 받기 힘든 '대상'으로 뽑혀 행정자치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그때 이들이 받은 상품을 모두 할머니께 선물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져 훈훈한 미담이 되기도 했다.

새해 아침 '소외'되고 '무관심'해지기 쉬운 어려운 이웃에 내민 학생들의 작은 '온정'의 고사리 손길에서, 우리 모두의 변함없는 소망인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사회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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