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한국적인 '바' 열고 싶어요”

칵테일은 세계로 가는 문의 열쇠

등록 2004.01.02 10:19수정 2004.01.0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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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멋진 칵테일 쇼를 선보이는 김광호씨

멋진 칵테일 쇼를 선보이는 김광호씨 ⓒ 이수정

한 손에는 병을, 다른 한 손에는 칵테일을 만드는 ‘틴’을 들고 멋진 쇼를 선보이는 바텐더를 본적이 있는가? 알코올 음료에 다른 술을 섞거나 과즙류 탄산음료 향료 등의 부재료를 혼합해 만들어 그 종류가 3천여가지나 되는 칵테일은 능숙한 사람의 손끝에서 새로운 맛으로 탄생한다. 그렇기에 칵테일은 맛을 그리는 바텐더의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전 대흥동에 위치한 칵테일 바 '콜린스 빌'의 김광호(31)씨는 이런 칵테일을 인생의 승부수로 삼은 사람이다. 지금은 평범한 바텐더로 생활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바텐더 역수출의 선두에 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칵테일이나 바텐더라는 것 자체는 외국에서 들어온 문화잖아요. 하지만 바텐더 스스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우리의 칵테일 문화나 기술이 외국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원대한 포부를 지닌 김씨가 바텐더로서의 삶을 시작할 당시인 10년 전만해도 바(bar)는 ‘술집’, 바텐더는 ‘웨이터’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바텐더는 전문직종’이라는 확신으로 김씨는 칵테일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주위에서도 인정받는 전문 바텐더지만 지난 93년, 처음 병과 틴을 들었을 때만해도 그는 실수 메이커로 통할 정도였다. 연습하다가 유리병을 깨뜨리는 것은 다반사였고, 힘 조절을 잘못해 병이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기도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실수도 하루 종일 피나는 노력으로 만회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모조 병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불을 깔고 연습해야만 했어요. 병을 놓쳐 깨뜨리는 일도 많았고, 깨진 병에서 나오는 내용물로 이불은 항상 젖어 있었죠. 몸에는 상처를 달고 다녀야 했습니다. 이런 상처를 딛고 칵테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칵테일이 갖고 있는 엄청난 매력 때문이지요. 자유분방하면서도 절제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힘이나 정신세계를 통제하지 못하면 실수를 하게 되거든요.”


낮과 밤의 생활 패턴을 바꾸어야만 하는 직업을 갖고 있기에 힘들 법도 하지만, 미래의 목표를 떠올리는 순간 힘든 생각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만다.

a 1월,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고 있는 김씨는 미래엔 해외에 한국적인 바(bar)를 열 계획이다.

1월,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고 있는 김씨는 미래엔 해외에 한국적인 바(bar)를 열 계획이다. ⓒ 이수정

“바는 아무래도 손님들과 바텐더들과의 거리가 가깝잖아요. 찾아온 손님이 연애하면서 생긴 고민을 상담해와 좋은 방향으로 말씀 드렸는데 다시 잘 지내게 돼서 결혼까지 하게 됐답니다. 이런 경우엔 정말 기쁨을 감출 수 없죠.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직업을 잘 선택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김씨는 바쁜 와중에도 전문성에 대한 노력도 기울이는 중이다. 식음료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그는 지난해 대전 혜천대학 호텔외식 경영과에 입학하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라는 학과 칵테일 동아리에서 동기와 선배들에게 자신이 가진 기술을 나누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김씨는 1월 중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향하는 곳은 호주다. 다른 환경에서 발달한 칵테일 문화를 접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쪽 지역의 문화를 개척해 보고 싶은 도전 정신이 더 앞서기 때문이다.

“바텐더라는 직업은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도전해 볼 만한 일이죠.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경험을 쌓아 이후에는 한국인 바텐더가 주도하는 한국적인 바를 해외에 열고 싶어요. 외국으로 진출한 바텐더… 제가 먼저 시작해 볼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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