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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상순 며칠 동안의 계획표 작성이 1년과 10년을 좌우한다

등록 2004.01.02 10:45수정 2004.01.0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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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기쁨, 환희, 희열, 감동, 승리, 전진, 도약, 비약, 단합과 화합으로 넘쳐 흐를 새해, 또 그렇게 만들어가야 할 희망의 2004년 말이다.


휴일이 하루 밖에 안돼 멀리 가지는 못하고 집 근처에 머물며 조용히 보냈다. 1년 365일 중 겨우 하루가 지났건만 나는 오늘부터 10일까지를 1년 계획을 수립하는 기간으로 삼기로 했다. 학교 다닐 적, 방학 계획표 짜듯 손으로 메모를 해가며 꼼꼼히 일목요연하게 짤 생각이다.

큰 욕심은 부리지 않으리라. 열흘 동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올 연말결산에 수확물의 양과 질이 현저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 요즘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연말에서 연초로 이어지는 소중한 시간을 아무 원칙과 계획 없이 허송했다. 말이 송구(送舊)였지 나와 내 주위 사람들에게 송구(悚懼)한 맘 금할 길 없는 일상을 살았다. 영신(迎新)은 새해를 멋드러지게 계획하고 보듬기보다는 '영 신통치 않게' 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모름지기 농부도 1년 농사를 잘 지으려면 겨울 농한기 동안 씨앗을 구하고 남들에게 영농기술을 배운다.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심을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기간을 늘 술자리로 일관했으니 내 삶이 차곡차곡 쌓여 나가는 걸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 것이다.

나는 기획과 추진력 등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누구에 지지 않을 만큼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왔다. 일을 벌이는 능력에 있어서 최고였지만 점검하고 마무리하는 데는 소홀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돌아보면 내가 걸어왔던 길이 하찮아 보이고 별 소득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일이 이러한데 거둬들일 것이 없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바야흐로 2004년이다. 나는 올해 첫날을 병원에서 보냈다. 그도 어린아이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내 마음의 일단은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데 있다. 올해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이 통하지 않게 하기 위한 몸부림을 하는 해로 삼으리라.

먼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겠다.


재작년 9월부터 <오마이뉴스>에서 시작한 글쓰기는 1년여 동안 500편에 육박하는 글을 쓴다는 핑계로 운동에 게을리 한 결과 오십견(五十肩)이라는 부끄러운 몸 상태를 만들고야 말았다. 건강한 정신을 위한 첫걸음 그리고 오래 1000회까지 독자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우선 육체를 튼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과감히 올빼미를 탈출하고 새벽을 밝히는 사람이 되겠다.

글을 쓴답시고 어떤 날은 밤 서너 시를 넘긴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일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오전에는 몽롱한 상태로 그냥 깨어 있기만 하는 날이 지속되었다. 제 아무리 글발이 사는 날이라 하더라도 글도 2개 이상 쓰지 않아야 더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으니 이를 실천하리라.

셋째, 지금까지 잘 지냈던 사람들을 더 챙길 것이다.

사람들과의 만남은 인연이다. 무작정 내게 다가온 사람, 내가 의도적으로 만난 사람 등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은 단지 내게 와서 한번 일보고 지나가는 '공중화장실'에 다름 아닌 관계였다. 이번 열흘 동안 그간 만났던 사람들의 연락처를 꼼꼼히 정리하는 소중한 때로 보내고 싶다. 전화번호 하나 입력하기 어려워하는 내겐 손이 조금 고생하면 되는 것이다.

넷째, 어떤 일이든 계획표 없이는 움직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계획표를 만들어서 거기에 추진 과정과 성과 그리고 반성해야 될 점을 간략하게 적어 월말 결산이라도 해야지 이거 안되겠다. 그걸 모아 1년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점검하면 유익한 발자취가 되지 않을까. 이 과정에서 그간 썼던 글을 주제별로 모아 책도 몇 권 내면 좋겠다.

올 한 해를 어찌 보내느냐에 따라 향후 내 삶이 달라진다는 다부진 각오를 해본다. 절반 가까이 산 인생이지만 이제부터 살아갈 몇 년이 인생 전체를 좌우한다는 생각으로 철저히 살기로 다짐한다. 그 출발은 어디까지나 이번 1년을 잘 보내기 위한 계획을 작성하는 데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얼마 전 다시 시작한 어린이도서관을 본 궤도에 올리는 일,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장 일을 알차게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어차피 예까지 멀리 와버린 글쓰기도 더 소중하게 가꿔나가고 싶다. 그리고 짤막한 글이라할 지라도 기쁨이 넘치고 같이 나누고 싶은 행복한 소식 중심으로 쓸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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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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