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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2003년 12월 30일 화요일 A27 사회면 '나대로 선생'에 나온 차 나르는 여성의 모습. 차 나르는 여성의 모습은 '나대로 선생'에 1년간 총32회 등장했다. ⓒ 동아닷컴
남자는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보고, 여자는 차 혹은 커피를 타야하는 가정이 있습니다. 1년 동안 그 가정은 남자가 단 한번도 차나 커피를 타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 집에는 차나 커피를 혹은 텔레비젼을 보며 방바닥에 누워있는 남자에게 신문을 가져다 주는 여성만이 있을 뿐입니다.
바로 <동아일보> 이홍우 화백이 그린 2003년 '나대로 선생'속에 비친 남녀가 보여주는 역할입니다.
저는 흔히들 말하는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성해방론자는 더더욱 아닙니다. 하지만 <동아일보> 사회면에 나타난 '나대로 선생'에 나타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단히 위험한 사고라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습니다.
2003년 동안 <동아일보>의 '나대로 선생'속에서 나대로씨의 부인으로 묘사되는 여성은 총 32회 가량 차나 커피를 쟁반에 담아서 나대로 선생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텔레비전과 신문을 보면서 나대로씨는 단 한번도 부인에게 차나 커피를 타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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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평균적으로 3회 가량 꼭 '나대로 선생'에서 여성은 차나 커피를 쟁반에 담아 신문을 보는 남성에게 가져다 준 셈입니다.
'나대로 선생'은 대단히 위험한 사고를 독자들에게 주입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4단컷 속에서 여성은 그저 차나 커피를 타야하는 역할로 전략하고 말았으니까요. <나대로 선생>을 여과없이 보는 독자들은 남자가 신문을 볼 때 아내나 여동생 또는 여자 직원이 차나 커피를 타야한다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가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홍우 화백은 <동아일보>의 국장급 편집위원입니다. <동아일보> 편집위원이 남녀의 성역할에 대해 현실과 왜곡된 사고를 간직했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봐야할까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혼율 50%의 원인은 남성들이 가부장적 사고가 가정에서 여성과 부딪치기 때문일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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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의 '나대로 선생' 가운데 차를 타서 나르는 여성의 모습이 나온 만화들. ⓒ 조성주
남편은 그저 방바닥에 누워 신문을 보며 정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직장에서 돌아온 아내는 힘들더라도 남편에게 커피를 타주면서, 아이를 돌보고 청소를 하고 밥을 짓고 빨래를 해야 합니다.
누가 이렇게 도움도 안되는 남편들과 능력있는 여성이 같이 살려고 하겠습니까?
'나대로 선생'에 나타난 여성에 대한 시각과 남녀관계의 불평등은 가정의 불평등을 조장하고 남녀관계의 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합니다.
일부에서는 '나대로 선생'이 정치적으로 불합리하다는 것을 비판하고 있지만, 저는 나대로 선생이 오히려 가정의 참모습을 왜곡하고 남성편의주의적 사고방식대로 여성상을 그려 참 여성과 참가정의 모습을 왜곡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런 만화를 그대로 1년에 32회나 게재한 <동아일보> 역시 여성에 대해 올바르지 못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신문으로 보입니다.
이런 모습은 2004년에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2004년 '나대로 선생'에는 남녀가 같이 가사에 종사하는 모습과 여성의 다양한 사회적 진출을 말해주는 모습이 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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