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지난 1년 간의 생활을 돌아보며 각 교과 선생님과 기숙사 사감선생님들이 개별평가를 했다. 그 평가결과를 토대로 이틀 동안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불러 1년 생활을 정리하고 진로를 함께 고민해보며, 학교가 도와줄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기말이면 교사나 아이들 모두 지치고 힘들기 마련이다. 또 여느 학교와는 다른 축제를 위해 거의 모든 식구들이 일주일 넘게 그 준비에 매달리는 일이 학기말 우리 학교의 풍경이다.
그렇듯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남은 에너지 겨우겨우 챙겨 서로에게 불어 넣어주며 1년을, 그리고 한 학기를 마무리 하는 모습은 참 감동적이다. 매일같이 새벽 두시까지 학교에 남아 뮤지컬 연습을 하랴, 옷 만들어 패션쇼 준비하랴 또 뚝딱거리며 무대를 만들면서도 아이들은 수학문제 풀 때보다, 화학 공식 외울 때보다 행복하고 기꺼운 모습들이다.
누구와 누구는 친하게 사귀다 헤어져 지금은 겨우 인사만 하는 불편한 사이가 되어 있고, 누구는 어릴 때 상처를 아직 극복하지 못해 날개 잃은 천사 같은 아이도 있고….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며 교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싶어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각자 갖고 있는 어려움을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은 아이들에게나 교사들에게 흥분되고 의미 있는 시간인 것만은 사실이다. 학교 록밴드 연합공연 때 히피풍의 옷을 입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던 주현이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던 아이가 이제 3학년이 되려는 시점에 진로를 완전히 바꿔서 자신은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여행을 하는 ‘무빙스쿨’을 세워 교장이 되겠다”고 한다. 그의 꿈을 듣고서 내가 “그 학교의 학생이나 교사로 받아주면 안 되겠냐”했더니 “수업료를 많이 내면 받아주겠다”며 제법 으스대기까지 한다.
석희는 오랜 고민 끝에 교회음악 분야에서 제일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또 방학이면 늘 점심을 자신이 도맡아 준비한다는 준영이는 컴퓨터공학자와 요리사 중에서 아직도 꿈을 찾고 있는 중이라 한다.
아이들의 꿈은 수시로 바뀐다. 그리고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돈도 못 벌 것 같고, 별로 유명해지지도 않을 듯하고, 또 어떤 꿈은 저게 실현될 수 있을까 싶은 것도 있다.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어서 더 매력을 느끼고 갈구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젊은 날에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어쩌면 이미 정해져 앞이 훤히 보이는 길을 가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아이들이 꾸는 그 각양각색의 꿈들이 부럽고 빛나게만 느껴지는 것 아닐까. 아이들이 자라 고단한 인생의 길을 걷다가 지치고 힘들 때 우리를, 학교를 따뜻한 방 같은 존재로 기억해준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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