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폰 있어요?"

이동통신대리점 직원 공민석씨가 말하는 '휴대폰'

등록 2004.01.02 15:06수정 2004.01.0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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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광고는 휴대폰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요즘 인기가 높은 SCH-V420. 일명 효리폰으로 불린다.

광고는 휴대폰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요즘 인기가 높은 SCH-V420. 일명 효리폰으로 불린다. ⓒ 김대홍

"효리폰 있어요?"
이동통신대리점 직원 공민석씨는 12월 중순쯤, 10대로 보이는 방문객으로부터 이 질문을 받고서 "그게 뭐예요"라고 반문했다. 연예인 이효리와 이서진이 출연하며, 뚜껑이 360도 회전하는 스윙폰이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아 SCH-V420이요"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하루에 네 다섯 명이 문의할 정도로 인기라고. 민석씨는 얼마 전에도 팬택&큐리텔 광고가 시작되면서 "윤도현 폰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고 웃는다. 그때는 사람들이 "열지마 열지마 폰 있어요"라며 찾았다고 한다. 방송광고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10대 손님들이 저희들보다 훨씬 더 많이 알아요. 저희들은 설명서 몇 번 보고 설명하는 것인데, 10대 손님들은 친구들 것 사용해보고 난 뒤에 와서 찾거든요. 그 손님들 덕분에 새로 알게 되는 정보가 많아요."

공씨가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98년으로, 올해로 7년차다. 그동안 만난 손님만도 수천 명을 헤아린다. 공씨는 각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휴대폰이 차이가 난다고 설명한다. 10대와 20대는 비교적 고가의 상품을 찾으며, 유행에 민감하다.

30대와 40대 초반은 젊은층이 선호하는 휴대폰을 많이 찾는다. 40대 중반 이상은 기능이 거의 없고 글자가 크면서 음악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은 선호한다. 또한 가장 저렴한 것을 찾는단다.

연령대가 높은 고객들은 휴대폰이 개통된 뒤에도 많이 찾아오는 편이다. 기능을 모르기 때문에 고장났다고 방문하고, 단축번호를 입력해달라고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온단다. 소리가 큰데도 작다고 항의하는 할아버지 손님이 있는가 하면, 이상이 없는데도 일부러 1주일마다 교체하는 얌체손님들도 있다고 말한다. 14일 안에는 바꿀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1주일마다 제품을 교체하는 것이다. 공씨는 "젊은 사람들 중에 이런 손님들이 많으며, 블랙리스트까지 있다"고 귀띔한다.

"수리를 받아도 되는데, 제품을 교체하면 케이스는 모두 버려야 해요. 배터리도 긁혔기 때문에 무조건 버려야 되거든요.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쓰레기가 되니까 아무래도 아깝죠."


손님들이 추천을 부탁하면 가장 불량률이 낮은 제품을 권해준다. 불량이 많으면 애프터서비스 문의가 많아져 업무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제품의 가격과 마진과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어떤 기업 제품의 경우 10만원짜리 제품과 50만원짜리 제품의 마진 차이가 거의 없으며, 제조업체에 따라서 마진 차이가 난다고 이야기한다.

휴대폰 구입요령 세가지


a 공민석씨는 이동통신업체 경력 7년차다. 요즘은 번호이동성제도 때문에 업무가 많아졌다.

공민석씨는 이동통신업체 경력 7년차다. 요즘은 번호이동성제도 때문에 업무가 많아졌다. ⓒ 김대홍

공씨는 휴대폰 사용이 많이 늘었지만, 냉장고나 TV 등에 비해 제대로 알고 구입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모델을 선정한 뒤 오는 고객보다는 매장에 와서 직원에게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에도 10분 정도면 제품이 결정된다. 일부 손님들은 들어오자마자 가격이나 기능 등을 묻지도 않고, 1분만에 개통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알려주는 휴대폰 구입요령은 세 가지다. 첫째 많이 돌아다닐 것, 둘째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기능을 미리 사전 조사할 것, 셋째 인터넷 구매시 부가서비스 기능을 꼼꼼하게 살필 것 등이다.

휴대폰 가격은 대리점에 따라서 최하 만원에서 최고 1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용산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라고 해서 모두 저렴한 게 아니며, 가게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할부가격은 같은데, 공제해주는 가격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체 가격차이가 난다는 게 공씨의 설명이다.

홀로 있는 대리점의 경우 몰려있는 곳보다 가격이 높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한다. 인터넷카페는 기능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큰 도움이 된다. 리플만 살펴봐도 각 기계의 문제점 등을 알 수 있으며, 에누리닷컴 등을 이용하면 최저가와 최고가 등 가격도 비교해볼 수 있단다.

온라인 구매시에는 부가서비스 기능을 유심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의무사용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가입비는 분납인지, 초기선납금을 받는지, 배송료는 얼마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액면가격과는 차이가 난다고. 개별 사항들을 검토해보면 대리점과 큰 차이가 없는 곳도 있다고 설명한다.

민석씨도 직업병이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는데, 한 달에 두 번 쉰다. 손님이 오는 시간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식사시간이 불규칙적이다. 1분만에 식사를 끝내는 그는 밥먹는 것만큼 소화제를 먹는다. 몇 년 전 언론에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을 때는 13일 가량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휴대폰을 개통만 한 적이 있다. 다음달부터 20만원 정도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손님이 몰렸던 것.

그는 "일이 힘들지는 않지만 제 때 식사를 못하는 것이 힘들다"며 웃는다.

"늦게 마치고, 휴일이 없으니까, 인간관계가 엉망이예요. 출근시간이 늦으니까 게을러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휴대폰을 상대하는 직업인 만큼 그도 바라는 서비스가 있다. 듀얼폴더 휴대폰 전면창의 발신번호가 좀 더 커졌으면 하는 게 공민석씨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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