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개의 숟가락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

방학동안 아이들이 보면 좋을 만화책<일곱 개의 숟가락>

등록 2004.01.05 15:39수정 2004.01.0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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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일곱 개의 숟가락>

책 <일곱 개의 숟가락> ⓒ 행복한 만화가게

"이 작품은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가 다름 아닌 '가족'이니까요. 때론 서로에게 실망하고 때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언제나 한결 같은 모습으로 우리 곁을 지켜주는 '가족' 말이에요. 이 만화를 통해 많은 어린이들이 다시 한 번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책의 서문에서 이 만화책을 쓴 작가 김수정이 전하는 말이다. 이 책은 원래 1990년부터 2년여 동안 소년 만화 잡지 <소년 점프>에 연재되었던 만화를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작가는 그 당시 해적판 일본 만화 <드래곤 볼> 등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의 만화가 범람하는 것에 대한 우려 속에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함으로써 어린이들의 바른 정서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따뜻한 의도가 담긴 작품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교훈적이고 바람직한 내용을 담은 만화들이 자주 범하는 재미없고 딱딱하다는 오류를 찾아볼 수 없다. 책의 전반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가족의 애정을 전하고 있어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 단역을 맡았던 화려한 과거를 잊지 못하고 매일 충무로를 얼씬거리는 할아버지 조대장. 그는 사고로 두 아들과 며느리를 한꺼번에 잃고 졸지에 5명의 손주들과 1마리의 강아지를 책임지는 가장이 된다.

이 일곱 식구가 벌이는 온갖 해프닝은 웃음을 자아내게도 하고 아픔을 느끼게도 한다. 착하디 착한 명주와 옹이, 할아버지를 닮아서인지 엉뚱하게 영화배우가 되길 꿈꾸는 소룡이, 자폐아인 삼용이, 권투 선수를 꿈꾸는 싸움꾼 일룡이. 그리고 어느 날 길에서 주워온 강아지 윙크가 주인공들이다.

이 엉뚱한 가족은 이름만 거창한 산꼭대기 영세민 아파트 '비버리 힐'에 산다. 반장이 되어도 아이들에게 햄버거 하나 돌릴 수 없는 명주는 도둑 누명까지 쓰지만 꿋꿋한 태도로 어려움을 극복한다.


자폐아인 오빠 삼용이와 같은 반에서 공부하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삼용이를 놀리는 아이들이 바보 같다고 생각하는 옹이. 엉뚱하지만 분수에 맞게 사는 법을 배워 가는 소룡이와 일룡이도 미워할 수 없는 아이들이다.

가족은 한 울타리 속에서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공동체이다. 가장 기초적인 이 공동체마저 무너진다면 이 사회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작가 김수정은 이처럼 서로 다른 아이들이 모인 가족의 모습을 통해 공동체의 삶을 그려냈다.


그가 그린 각각의 아이들은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바보 같기도 하고, 머리가 나쁘기도 하며, 장애를 갖고 있기도 하고, 한없이 어른스럽고 착하기도 하다. 사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아이들의 모습이다.

흔하디 흔한 아이들의 모습을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그려냄으로써 작가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밝고 건강한 심성을 얻을 수 있게 한다. 아이들은 이 만화책을 읽으면서 자신과 비슷한 한 아이, 혹은 주인공과 비슷한 자신의 친구들을 발견할 것이다.

비록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은 아니지만, 이 책의 아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한 울타리에 모여 산다. 부모가 없고 사촌과 함께 살고, 엉뚱하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할아버지가 가장인 가족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결손 가정'의 모습이 바로 이들의 삶이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결손'일지언정 그들의 삶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힘든 점이 많지만, 구성원 모두는 따뜻한 마음과 사랑으로 똘똘 뭉쳐 지낸다.

그래서 이 '결손 가정'의 발랄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은 어두운 구석이 없다. 힘든 과정 속에서도 재미있는 일들을 통해 그 어려움을 잊고 살아가는 것이다. 작가는 이 만화를 통해 건강한 가족의 의미를 그 구성원들의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가짐이라고 전한다.

케익 가게 앞에서 옹이와 삼용이가 나누는 대화는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따뜻한 마음만은 간직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이 속에 쵸코 케익 들었다아!"
"나도 알아!"
"오빠, 나중에 내가 돈 많이 벌면 저것 사줄게?"
"응, 저것도 사 주고, 저것도 사줘어?"
"그래, 그래, 다 사줄게…?"
"오빠, 우리 집에 가서 케익 생각하며 밥 많이 먹자?"
"응."


순진하면서도 솔직한 아이들. 이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 많은 아이들의 진짜 모습일 것이다. 비록 여러 가지 사회의 해악에 물들긴 했어도 그들은 그들만의 상상력과 선량한 본성을 갖고 있다.

가족 공동체에 대한 긍정적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바깥으로 겉도는 아이들,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친구 삼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이 책 한 권을 권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꿈꾸는 부모들에게도.

덧붙이는 글 | 김수정 글,그림, <일곱개의 숟가락>, 행복한 만화가게, 2003.

다음 카페 <지이의 독서일기>로 가시면 좀 더 다양한 책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김수정 글,그림, <일곱개의 숟가락>, 행복한 만화가게, 2003.

다음 카페 <지이의 독서일기>로 가시면 좀 더 다양한 책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일곱 개의 숟가락 1 - 작고 소박한 밥상위의 이야기

김수정 지음,
행복한만화가게,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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