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끼소바의 젊은 사장 김문종씨홍지수
지나가는 행인을 향해 아직은 웬지 쑥스럽다는 듯 "야끼소바 어떠세요"를 외치는 김문종 사장은 이제 막 서른을 넘긴 것 같았다. 마침 출출하던 참이라 호기심 반으로 포장마차에 들어섰다. 난생 처음 '야끼소바'라는 일본 음식을 먹으며 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나는 두 가지 면에서 맛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 맛'임을 자부하는 김씨의 말대로, 우리나라 말로는 볶음 면이라고도 하는 '야끼소바'는 스파게티와 흡사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담백하고 부드러웠다.
그 쫄깃함과 적절한 표현을 떠오르지 않는 감칠맛이 퇴근길의 출출한 배를 유혹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때문인지 이제 개업한 지 한 달정도 지났다는데 벌써 꽤 많은 단골 손님들이 찾고 있다.
내가 놀란 두 번째 맛은 음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김씨의 청년 정신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국제 관계학을 전공으로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인재, 김씨는 우연히 일본 축제에서 맛 본 '야끼소바'의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그 음식을 우리나라에 들여와 큰 프렌차이즈 사업을 일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부모님은 아들이 노점상을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린 그는 "처음엔 그냥 취직을 하는 것이 어떠냐는 말씀을 하셨지만 꼭 한 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직 젊을 때 내 길을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부모님께서도 저를 믿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니면 언제 사고 쳐 보겠어요"라며 사업을 하게 된 계기를 환한 미소와 함께 내놓았다.
한편 김씨는 일본 현지인들이 '아끼소바'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아 직접 먹어보며 맛을 개발해 낸 열성파이다. 또 그는 밤에는 노점상을 통해 꿈을 일구고, 낮에는 일본에 있는 친구들과 생물 분야의 또다른 벤처사업을 구상하며 공부를 계속하는 중이이기도 하다. 지금 사용중인 양념을 비롯한 모든 재료는 그가 손수 준비한 것이라고.
비록 한 평도 채 안되는 작은 리어카에서 벌인 사업이지만, 그 살아있는 청년 정신은 세상의 그 어느 빌딩보다도 크고 높은 것이었다. 퇴근길에 잠시 맛본 '야끼소바'. 음식은 정성이 반이라고 했던가.
아름다운 청년의 미소가 녹아있는, 맛과 친절로 승부하겠다는 대한민국의 한 젊은 청년이 만들어내는 '야끼소바'는, 그래서 정말 맛있다. 언젠가 그가 정말 '크게 한 번 사고 칠' 그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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