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72

꿈틀거리는 음모 (10)

등록 2004.01.07 14:43수정 2004.01.0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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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핫! 원주의 말씀에 대 찬성이외다. 그렇게 하면 누구든 본성에 대항하거나 까불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전 무림이 우리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오.”

“핫핫! 부성주의 찬사에 감사드리는 바이오. 본성이 선무곡을 분타로 만들면 생기는 이득이 있소이다.”
“이득? 무슨 이득?”


지금껏 말 없던 철룡화존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 손 안 대고 코를 푼다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무슨 말인지…?”

“선무곡과 주석교의 제자들은 다른 문파의 제자들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습이다. 워낙 오랜 동안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훈련이 잘된 탓이지요.”
“흐음! 그건 인정할 만하네.”

구부시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있었다. 오각수의 말대로 선무곡과 주석교 제자들의 용맹함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선무곡이 우리의 분타가 되면 그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무슨 일이 발생되면 그들로 하여금 해결하도록 하는데 이득이라면 이득이 될 것입니다. 물론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나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럼 그들로 하여금 우리 대신…?”


오각수는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듯 말끝을 흐리는 인의수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크크크! 맞소이다. 놈들에게 어렵고, 더럽고, 힘든 일을 몽땅 지울 생각이외다. 아마 그래도 좋다고 할 것이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선무곡에는 본성이라면 환장하는 놈들이 많기 때문이외다. 대표적으로 배가 잔뜩 불러 운신하기도 함들 텐데 일부러 본성까지 와서 애를 낳고 가는 계집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외다. 그런 년들이 낳는 새끼들은 성장하면서 자동적으로 본성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놈들이 될 것이외다.”
“호호! 맞아요. 그런 놈들에겐 가끔가다 본성을 드나들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할 것이에요.”

흑령재녀가 동의한다는 듯 미소를 짓자 오각수는 더욱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껏 본성이 선무곡 같이 조그만 문파를 같은 정파로 인정해준 것도 다 따지고 보면 이유가 있었소이다.”
“……!”

“왜문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었소이다. 간사하기로 따지면 이 세상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자들이 바로 왜문이라는 족속이외다. 지금은 우리의 발바닥이라도 핥아줄 것처럼 굴지만 뒤로는 호박씨를 까고 있을 것이외다.”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자 한층 의기양양해진 오각수는 거만한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본 후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본성의 자금 가운데 일부를 횡령하는 재미에 별 다른 짓을 안 하지만 일단 배가 부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게 될 것이외다. 놈들은 한 마디로 말해서 짐승과도 같은, 아니 짐승만도 못한 족속들이기 때문이외다.”
“……?”

“놈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이외다. 과거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선무곡을 공격하여 병탄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외다. 지금은 천뢰탄의 뜨거운 맛에 무릎 꿇은 상태이지만 언젠가는 또 다시 발호할 것이 분명하오.”
“으으음…! 맞소이다.”

오각수의 말에 처음으로 모든 사람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왜문에 대한 말 중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때에 선무곡 놈들로 하여금 왜문을 치게 하면 우리로서는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격이 될 것이외다.”

인의수사는 오각수의 말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떠올리고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오오! 좋은 생각이오. 선무곡에도 무적검을 주면 틀림없이 왜문을 징계할 것이오. 또한 선무곡 사람들에겐 왜문을 혐오하는 마음의 뿌리가 깊으니 반발도 없을 것이외다.”
“호호! 아마 그런 기회를 만들어준 우리에게 감사를 할 걸요?”

생각만 해도 신난다는 듯 미소짓는 흑령재녀를 일견한 오각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시다시피 왜문은 비밀리에 천뢰탄 개발을 끝냈소이다. 그러니 무적검 만으로는 부족할 것이오. 그때 선무곡에 천뢰탄을 주면 크흐흐흐…!”
“그렇다면 동귀어진(同歸於盡)을…?”

“핫핫! 맞소이다. 그렇게 하면 왜문과 선무곡을 완전히 말살시킬 수 있게 될 것이외다. 핫핫! 이런 걸 이이제이(以夷制夷)라 한다오. 안 그렇소? 핫핫핫!”
“이이제이라니요? 그건 적절치 못한 비유인 듯 싶소. 그런 건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고 하는 게요.”

“핫핫! 그런가? 핫핫핫! 핫핫핫핫!”
“으으음…!

무림역사상 전대미문의 대량살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말하고 있는 오각수와 그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듯 한 마디 거든 인의수사, 그리고 나머지 일행들의 웃음 진 표정을 본 무영혈편은 낮음 침음성을 토했다.

한때 무림은 온통 선혈로 젖은 적이 있었다.

제이차 암흑대전이 그것이다. 당시 화산파 장문인 흑염도사 나치(羅緇)는 유대문 제자를 완전 말살하라는 명을 내렸다.

그 결과 엄청난 인원이 학살된 바 있다. 그런데 오늘 오각수의 말대로라면 그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희생이 발생될 것이다. 그렇기에 침음성을 토한 것이다.

무림의 정의를 위해 존재한다던 무림천자성에서 세인들이 전혀 짐작도 못할 엄청난 음모가 꿈틀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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