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엉덩이가 늘 빨간 건 아니죠”

[인터뷰]여성 최초 동물학교 교장 선생님 김미정씨

등록 2004.01.07 18:53수정 2004.01.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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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7일 코엑스 대서양 홀에서 열린 동물학교

7일 코엑스 대서양 홀에서 열린 동물학교 ⓒ 김진석

지금부터 35년 전인 1968년 원숭이 해. 대한민국 동물학교 교장이자 원숭이 선생님인 김미정(35)씨가 태어났다. 시간이 흘러 또 다시 새로운 갑신년이 돌아오자 김씨는 원숭이띠인 원숭이들의 어머니로 연일 언론의 쏟아지는 관심을 받고 있다.

‘원숭이’ 와의 각별한 인연도 화제이지만, 한국에서 여성 최초로 동물학교를 설립해 교장 선생님이 된 그의 남다른 이력도 관심을 끈다. 30여명의 원숭이 어머니로 사는 김씨를 지난 5일 코엑스에서 만나 그 뒷 얘기를 기록했다.


현재 코엑스 대서양 홀에는 지난 달 23일부터 오는 2월1일까지 ‘대한민국동물학교& 가자! 아프리카로’라는 동물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원숭이 밴드 '바나나브라더스' 와 '봉숭아학당' 을 패러디한 원숭이 학교 등 다양한 볼 거리가 준비됐다. 이 행사는 유니세프한국본부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후원을 받고있으며 공연 수익 일부가 아프리카 난민 기금에 보태질 예정이다.

“원숭이 엉덩이가 빨갛다구요?”

원숭이 하면 쉽게 ‘빨간 엉덩이’ 와 ‘노란 바나나’ 가 연상된다. 그러나 모든 원숭이가 빨간 엉덩이를 가진 것도 아니요, 바나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또 원숭이의 부부애가 좋다는 속설은 근거 없는 ‘설’ 이었다.

“원숭이 엉덩이는 수컷이 아닌, 암컷만 그것도 발정기때(대략 십일)만 빨개요. 바나나는 원숭이가 좋아하는 다양한 음식 가운데 그저 하나 일 뿐이구요. ‘일부다처제’ 인 원숭이 가족 사회는 과거 왕과 궁녀들의 그것과 다름없죠. 힘이 없어 암컷과 사랑하지 못하는 다른 수컷 원숭이는 그저 왕 원숭이를 보조하는 내시로 평생을 보내요.”

30여명의 원숭이 자녀들을 십여 년 이상 돌보느라 이젠 원숭이 박사가 다됐다. 7개월 된 딸(은하)과 똑같이 원숭이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바쁜데 요즘 김씨는 하루 3-4건의 인터뷰를 소화하느라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대한민국 동물학교엔 원숭이 외에도 침팬지, 강아지, 비둘기 등 다양한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다. 입학 기준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적정 나이로 건강하고 명랑한 선남선녀들이다. 특히, 원숭이는 일본에서 한 명 당 300-400만원에 수입해 온다.

개와 원숭이는 견원지간이라 했던가. 원숭이띠인 김씨는 웬일인지 개에게 만큼은 원숭이처럼 정이 안 간다고 한다. 또 개띠인 어떤 조련사도 이상하리만치 원숭이를 꺼려하고 원숭이들도 그를 따르지 않는다.


“성격이 급해요. 아닌 것과 맞는 것, 좋은 것과 싫은 것의 구분이 명확하죠. 고집이 센만큼 아집도 있고 말보다 항상 행동이 빠르고 타율을 싫어해 억지로 시키는 건 못해요. 개성이 강한 만큼 주장이 뚜렷해 직선적으로 보이기도 하죠.”

김씨가 말하는 원숭이와 자신의 ‘공통점’ 이다. 무엇보다도 그가 원숭이를 가장 기특히 여기는 건 ‘부지런함’ 에 있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원숭이가 촐랑대고 까부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항상 무언가 일(?)을 만드는 원숭이의 부지런함을 김씨는 자신도 따라가지 못한다며 너스레를 떤다. 게다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기까지 하는 영민함까지 있으니 김씨에겐 더 할 나위 없는 복덩이인 것이다.

a 동물학교 김미정 교장 선생님

동물학교 김미정 교장 선생님 ⓒ 김진석

"일 한 번 잘해보고 싶지 않아?…… .”

어릴 때부터 이미 집 앞 뜰에서 다양한 동물과 같이 살았던 김씨에게 조련사의 길은 자연스런 인생 행로였다. 19살부터 에버랜드, 서울랜드, 우방랜드, 통도환타지아, 패밀리랜드 등의 조련사를 거처 동물 쇼가 있는 곳이면 세계 어디든 찾아다녔다. 그 노하우로 동물 학교를 설립하고 작년엔 ‘원숭이 학교’ 라는 책도 출판했다.

그러나 조련사, 원숭이 선생님이라는 직함과 김미정 이라는 이름 앞에는 항상 ‘여자’ 라는 수식어가 먼저 따라붙었다. ‘여자는 결혼하면 끝’ 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어디에서든 섣불리 중요한 동물들을 그에게 맡기려들지 않았다. 이어 기자는 언젯적 얘기냐는 물음을 던졌고 김씨는 “아직도 멀었다!” 며 한 마디로 일축했다.

“간접적인 성희롱도 많았어요. ‘일 한 번 잘해보고 싶지 않냐?’ , ‘따로 만나 다시 얘기 하자’ , ‘뒤를 봐주겠다’ 는 등 별의별 제의들이 있었죠. 그런 제의에 거절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데 그럴 때마다 주변에선 ‘독하고 성격 나쁜 이상한 여자’ 로 소문이 났어요.”

그저 하나라도 일을 더 찾아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할 수 있다는 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는 오로지 일뿐이었다. 그러나 김씨를 가장 힘들게 한 건 그깟 불합리한 사회적 시선이 아니다.

친자식이나 동생과도 다름없는 원숭이들이 서로 싸우며 아플 때이다. 일전에 7년간 키웠던 원숭이 똘똘이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사인을 알고 싶어 부검한 결과‘암’ 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지방으로 출장 간 사이 똘똘이가 이상하다는 전화를 받고 김씨가 급히 집으로 돌아오자 똘똘이가 마지막으로 눈인사를 건넸다.

“알고 보니 절 기다린 거였어요. 그렇게 아프고 힘들었는데 마지막으로 저한테 인사를 하려고 기다린거죠. 제가 도착하자마자 눈 인사를 건네고는 그게 끝이었어요. 똘똘이의 마지막 눈빛이 지금도 생생해요. 수의사는 병명을 몰라 치료 할 수 없다하고 의사들은 동물이라고 치료를 거절했죠. 너무 서러워 꼬박 2달 간을 울었죠. 그 뒤로는 저보다 먼저 떠날 동물들에게 너무 많은 정을 주려하지 않아요.”

원숭이의 명이야 그렇다쳐도 김씨가 아무리 엄하게 타일러도 말리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 한번 싸움이 붙으면 끝을(?) 보는 원숭이들의 고집덕에 김씨는 매번 상처투성이인 그들을 돌보는 게 가슴이 아프다.

a 원숭이들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원숭이들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 김진석

a 선생님들과 원숭이들의 즐거운 수업시간

선생님들과 원숭이들의 즐거운 수업시간 ⓒ 김진석

“원숭이를 교육시키는 게 동물학대라구요?”

원숭이의 수명은 인간의 반(30-35세) 정도이다. 14살이면 짝짓기에 들어가고, 활동량이 많아서인지 식사는 하루에 4-5끼정도 먹는다. 동물학교에서 지내는 원숭이는 소위 선택받은 계층이라 할 수 있다. 적정온도, 적정 불빛 등 모든 환경이 그들을 위해 엄선돼 적정하게 맞춰져있다. 무엇보다 그들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같이 뒤엉켜 노는 동료들이 있고 매일 안아주는 김씨가 있다.

“제 자식이라 생각하고 똑같이 가르쳐요. 딸 은하에게 몸짓을 섞어 하나하나 천천히 설명하듯 똑같이 원숭이들에게 말해요. 간혹 어떤 이들이 동물을 학대한다고 그러시는데. 정말 동물을 학대하는 건 그들을 사랑한다며 애완으로 키운다 해놓고는 집안에 홀로 가둬 놓는 것이에요. 아무도 없는 집안에 동물을 혼자 내버려 두는 것처럼 위험하고 끔찍한 것도 없죠.”

애완견을 집에 두고 온 어떤 동물애호가가 김씨에게 동물을 학대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김씨가 반문했다. 집에 두고 온 애완견이 자신의 어린 자녀였다면 과연 홀로 집에 남겨 두고 왔겠는가? 김씨는 자신의 피붙이인 은하보다도 하루 중 원숭이를 돌보는 시간이 더 긴 사람이었다.

은하를 볼 때 마저도 원숭이 형제들에 대해 얘기하느라 여념이 없다. 매일 김씨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재롱을 떠는 원숭이들의 몸짓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다는 김씨. 이젠 원숭이들이 그의 눈빛으로도 마음을 읽는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한다.

‘동물을 다름 아닌 자신의 친 형제 혹은 친 가족처럼 생각 할 것’. 이것이 김씨가 생각하는 조련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김씨가 전한다. 진짜로 사랑하는 마음은 반드시 전해지게 되있다고. 김씨는 30여명의 자녀들이 매 순간마다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려준다며 또(?) 자식 자랑으로 인터뷰를 마감했다.

“원숭이처럼 항상 긍적적인 시각으로, 너무 고민만 많이 하지 말고 부지런히 움직이세요. 그렇게 계속 움직이다 보면 무언가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급한 성격만 빼고요.(웃음) 부지런히 명랑하게 살다보면 올 해도 원숭이처럼 항상 즐거워질 거라 믿어요!.”

덧붙이는 글 | *입장료*

대인- 15,000원/ 소인- 13,000원/ 단체(20인이상)- 10,000원

*행사관련문의*

TEL)02-454-0100

덧붙이는 글 *입장료*

대인- 15,000원/ 소인- 13,000원/ 단체(20인이상)- 10,000원

*행사관련문의*

TEL)02-45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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