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폭발한 컬럼비아호. 사진은 2002년 3월 스물일곱번째 비행을 위한 발사 장면.NASA
"만약 작년 2월 1일 착륙단계에서 공중 폭발한 컬럼비아호가 핵추진 연료를 사용했다면, 지구는 어떻게 되었을까?"
부시 행정부가 달에 영구기지를 건설하고 화성에 우주비행사를 보내겠다는 것을 요지로 한 '우주 구상'을 이번 주에 발표한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끔찍한 질문'이었다. 이러한 질문이 결코 과장된 것 아니라는 점은, 미국이 추진해온 '우주 점령 계획'을 통해 알 수 있다.
국내외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부시의 '우주 구상'은 대체로 단편적인 내용에 머물고 있다. 부시가 꿈꾸는 '우주 구상'의 총체적 진실은 무엇인지,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에 유인 왕복선을 보내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인류사회는 어떠한 위험에 봉착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부시의 3대 이벤트
우선 이번 주에 발표될 부시의 '우주 구상'은 11월 대선을 앞둔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 경제침체와 이라크에서의 고전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쳤던 부시 행정부는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통한 경기부양과 후세인 체포 등을 통해 지지율을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호재에 이어 부시 행정부는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공화당의 전통적인 '반(反) 이민자 노선'과의 마찰을 불사하고 이민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800만명 이상에 달하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에게 일시적인 합법 체류자 신분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써, 미국 내에서 '대선용'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이민법 개정이 대선을 겨냥한 첫번째 이벤트라면, 이번 주에 발표될 '우주 구상'은 두번째 이벤트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스타워즈 영화가 개봉되면 수많은 미국인들은 휴가를 내고 이 영화를 볼 정도로 '우주'에 심취해 있다. 그러나 작년 2월 1일 컬럼비아호 폭발 사건과 중국의 유인 우주왕복선 발사 등으로 미국인의 자존심은 많이 상해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시가 달에 기지를 세우고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는 구상을 발표하면, 부시는 '우주의 개척자'로서의 이미지를 미국인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게 된다.
<뉴욕타임즈>가 9일자 신문에서 부시의 우주 구상 계획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이민법 개정과 함께 우주 구상 발표는 테러리즘과 감세의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비전을 갖춘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주게 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기획하고 있는 마지막 대선 이벤트는 아마도 미사일방어체제(MD)가 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미사일 위협의 적실성, 막대한 예산 낭비, 기술적인 결함 및 실효성, 군비경쟁에 대한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2004년 9월 30일까지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에 6기,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4기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대선을 정확히 한달 앞둔 10월 1일, 부시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향해 반세기만에 미국의 꿈이 이뤄졌다며 '절대안보'를 이룬 지도자로서의 자신을 한껏 치켜세우는 연설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 본토에 이러한 MD를 배치한다는 것은, 미국이 길게는 구소련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MB) 개발에 성공한 이후 반세기만에, 짧게는 레이건 행정부가 '스타워즈'를 선언하면서 전략방위구상(SDI)을 추진한 지 20년만에 '미국은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안전해지게 됐다'의 꿈을 이루는 것으로써, 그 실효성 여부와 관계없이 부시 행정부는 이를 최대의 업적으로 내세우게 될 것이다. 미국의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 일각에서 이러한 MD 배치 계획을 '대선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닿아 있다.
달을 정복해 에너지 제국으로
그러나 부시의 '우주 구상'은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미국의 우주 지배 야망은 정권에 따라 부침이 있었지만, 반세기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시 행정부의 실세 중에 실세인 딕 체니 부통령과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우주를 정복해 지구를 지배하자"는 대야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