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사실 알고 보면 유명한 산이 될 수도 있었는데 아깝게 된 산이지요. 바로 옆이 장릉입니다. 단종의 무덤인 장릉에서 한 골짝 벗어난 산이지요. 장릉은 단종의 명성과 함께 영월을 상징하는 대표적 유적지로 자리잡았지만 거기에서 한 골짝 벗어난 야산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습니다. 이름 없는 야산일 뿐이지요.
이름 없는 야산이란 말도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영월군에서 편찬한 "아름다운 영월의 명산"이란 책자에 의하면 발산 또는 삼각산 등산로에 포함된 산입니다. 하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은 다른 이름을 붙였습니다. 금몽암이란 암자를 산자락에 품고 있어 금몽암 뒷산이라고 부릅니다. 금강이니 태백이니 하는 멋들어진 이름을 가진 것도 아닌 한낱 금몽암의 뒤에 있는 산일 뿐입니다.
장릉을 에워싸고 있는 울울창창 소나무 숲이 장릉 주위에만 있으란 법 없지요. 오히려 사람들의 발길 뜸한 야산에 있는 소나무는 더욱 생기가 있습니다. 그 소나무 숲을 따라 조그만 오솔길이 나 있습니다. 그냥 운치 있고 오르기 쉬운 만만한 길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급경사를 만들어 사람들의 숨을 헐떡이게 하고, 때로는 내리막길을 마련해서 가쁜 숨 고를 수 있도록 배려할 줄도 아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