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근로자, 25평 아파트 사는 데 18년?

통계청 2003년 3/4분기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기초 산출...98년보다 7년 가까이 늘어

등록 2004.01.13 11:03수정 2004.01.1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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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없는 샐러리맨들은 새해 희망 중 하나로 '내 집 마련'을 꼽는 이가 부지기수다. 이를 위해 대다수 샐러리맨들은 '아끼고, 저축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따져보자. 과연 도시 근로자가 '평균적으로 쓰고, 나머지는 저축한다'는 가정하에 서울에서 25평형 아파트를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대략 18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월간 <부동산뱅크>가 통계청에서 발표한 도시 근로자의 가계수지 동향과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25평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드는 기간은 대략 18년, 32평형은 23년 3개월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통계가 나온 배경은 다음과 같다. 통계청이 파악한 2003년 3/4분기 도시 근로자의 월평균 가계소득과 가계지출액은 각각 301만9000원, 231만2000원.

도시 근로자 중 소득과 지출 차액인 70만7000원을 2003년 3/4분기 당시 3년 만기 회사채 금리인 5.05%에 준해 저축할 경우 당시 서울지역 25평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인 2억2214만 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드는 기간은 대략 18년이 된다.

같은 조건하에 2003년 3/4분기에 서울지역 내 32평형 아파트(평균 매매가 3억1236만원)를 살 경우엔 대략 23년 3개월이 든다.

문제는 내 집 마련의 기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가계 흑자액을 모두 저축해 서울 지역에서 25평형을 구입하는 데 걸린 기간은 98년 당시엔 11년 3개월 정도였다. 하지만 2003년엔 18년으로 무려 7년 가까이 늘어났다.

32평형은 98년에는 14년 9개월이었지만 2003년엔 9년 이상이 더 늘었다. 이런 통계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초저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꼬박꼬박 저축해 집 장만하자'는 '저축형 집 마련'이 사실상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2000년 이후 비정상적으로 뛴 서울지역 아파트 값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가계소득도 집 장만 기간을 늘린 원인 중 하나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2년 말부터 2003년 3/4분기까지 도시 근로자 소득 상승률은 대략 8.13% 선이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 상승률은 14.49%로 소득 상승률을 웃돌았다.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따져보면 더 암담하다. 2002년 말 당시 서울지역 내 동시분양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861만원 선. 그러나 2003년 12월까지 서울지역 평균 분양가격은 1082만원으로 상승률이 무려 25%에 육박했다. 도시근로자 소득 상승률에 무려 3배에 가까운 수치인 셈이다.

가뜩이나 종신고용이 사라진 상황에서 샐러리맨들이나 가정주부나 '종잣돈만 있으면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각종 부동산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십분 이해시키는 통계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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