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는 경기도 손학규 지사의 구상에 대해 1면 톱과 함께 또 다른 지면 한 면을 할당했다. 그림은 중앙일보 1월 12일치 1면 기사.중앙닷컴
1월 1일부터 시작된 <중앙일보>의 시리즈 물인 '세계는 교육혁명 중'이란 기사를 필두로 보수언론은 때를 만난 듯 다시 '평준화 해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해 학비가 1천만원을 넘는 중국의 사립학교와 영국의 이튼스쿨과 같은 '귀족학교'가 마치 국가경쟁력 강화와 교육혁명의 표상인 듯한 보도가 흘러나왔다.
경기도, 이쯤 되면 '평준화 깬다'는 얘기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경기도는 11일 '특목고 벨트'까지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미 지난해 초 발표한 대책을 재탕한 것이긴 하지만 '경기도에 2010년까지 특목고를 26개인 상태와 자립형 사립고를 1개 이상 만들겠다'는 계획은 교육계를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이쯤 되면 고교입시를 부활해 '평준화 깬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 <동아>는 13일치 사설에서 경기도 구상, 정확히 말해 '지난해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손학규 지사'의 교육구상을 칭찬하고 나섰다. 전국 학원에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특목고 진학반'이 생길 정도로 사교육 열풍의 진원지이며, 과학·외국어에 대한 조기 교육이라는 특수목적보다는 입시명문이라는 특수목적에 충실한 뒤집힌 특목고의 현실엔 애써 눈을 감았다.
이처럼 공교육 체제를 뒤흔들고 있는 이상한 태풍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교육계 안팎에서는 바로 참여정부의 두 번째 교육부총리를 맡은 안병영 장관을 지목하고 있다.
안병영 부총리와 이상주 부총리의 '코드 정치'
취임 전 학술대회에서 "아마추어리즘의 전형, 코드 정치"라고 현 정권을 몰아붙이던 그가 "나는 국민 코드"라고 말할 때부터 이런 사태는 예감됐다는 것이다. 이제 그의 취임 일성인 '엘리트 교육'과 '특목고·영재고 확대' 방안이 과연 국민코드와 부합되는지 따져볼 때가 된 것 같다.
2002년 초에 취임한 이상주 전 부총리도 입각 전 '전교조 합법화·평준화 정책 등 김대중 정부의 교육정책'을 거세게 비난하다 취임 일성으로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확대' 방안을 들고 나온 사실은 안 부총리의 행보와 견줘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목고 확대 반대를 지론으로 갖고 있던 윤덕홍 전 부총리는 취임 초 '수능 자격고사화'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조중동 등 3개 언론은 평준화 정책을 통한 공교육 강화 방안을 내세운 윤 전 부총리를 과녁 삼아 잇따라 화살을 쏘았다.
반면 취임 초 '엘리트 교육 강화', '특수목적고 확대' 등의 발언을 쏟아 낸 안 부총리에겐 그 태도가 정 반대다. 사사건건 벌인 시비 대신 오히려 그를 거들고 나선 것이다. 반면 <한겨레> 등 중도개혁 성향의 신문들은 안 부총리를 쏘아붙였다. 왜 그랬을까. 안 부총리의 최근 발언들은 보수언론이 사시처럼 내세우는 '평준화 해체'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