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광선에 비친 깨끗한 콩나물김훈욱
그러면서 그 분이 예로 든 것이 콩나물로 만든 음식이었다. 콩나물 국밥, 콩나물 비빔밥, 콩나물 로스, 콩나물 밥, 콩나물 해장국, 콩나물 라면 등등 정말 수없이 많았다. 이것을 불고기, 갈비 등으로 확대하면 셀 수 없을 만큼 기하 급수적으로 종류가 많아져 메뉴판 제작에 들어가는 금형을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거의 매일 여러 형태로 조리한 콩나물 반찬을 먹기 때문에 콩나물이 우리에게 유용하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반찬이 아닌 음식으로도 이렇게 많이 쓰인다는 것을 알고는 놀라워했다.
겨울에 콩나물을 키우는 까닭
이처럼 콩나물의 쓰임새가 많다 보니 나의 어릴 적 겨울은 콩나물 키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이유가 좀 독특하다. 농촌에서는 농한기인 겨울에 결혼을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겨우내 콩나물을 키웠다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연은 이랬다. 결혼 축의금으로 현금을 준비하기 어려웠던 어머니는 결혼식을 치를 집에 미리 콩나물을 한 동이를 부조하겠다고 말씀했다. 그렇게 보름 전쯤에 이야기 하고 나면 어머니는 콩나물을 키울 준비를 하셨다.
보름 전부터 미리 준비하는 것은 여름과 달리 겨울에는 콩나물이 잘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혼식 부조가 결정되면 어머니는 콩나물 콩을 정성스럽게 키질을 해서 먼지를 날려보내고 돌이나 벌레 먹은 콩을 골라냈다.
참고로 콩은 흰콩이라 불리는 노란콩과 파란콩, 생김새는 파란콩 같지만 파란콩보다는 작은 녹두가 있지만 모두 쓰임새가 다르다. 노랑콩은 두부를 만드는 데 쓰이고 녹두는 숙주나물로도 쓰임새가 있지만 쇠고기 국을 끓일 때 많이 쓰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콩나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모두 흰콩보다는 작고 녹두보다는 큰 콩나물 콩으로 키운 것이다.
콩나물을 키우는 정성
이렇게 정성스럽게 콩을 다듬고 나면 콩나물 시루의 바닥에 대나무 가지를 깐 후 그 위에 콩을 적당하게 깔고 위에는 대나무 잎을 곱게 덮어 준다.
대나무를 덮어 주는 것은 바가지로 물을 부을 때 콩이 이리저리 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준비가 되면 따뜻한 윗목에 물통을 놓고 그 위에 막대기를 받친 후 콩나물 시루를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