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문익환 목사.통일맞이 제공
“난 올해 안으로 평양으로 갈 거야/ 기어코 가고 말 거야 이건/ 잠꼬대가 아니라고 농담이 아니라고/ 이건 진담이라고// 누가 시인이 아니랄까봐서/ 터무니없는 상상력을 또 펼치는 거야/ 천만에 그게 아니라구 나는/ 이 1989년이 가기 전에 진짜 갈 거라고/ 가기로 결심했다구”
독재의 암울한 그림자가 통일에 대한 민중들의 열망을 옥죄고 있던 1989년, 문익환(1918~94) 목사가 `잠꼬대 아닌 잠꼬대'라는 제목의 시를 연초에 발표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저 '시'로만 생각을 했을 뿐, 그것이 문 목사의 새해 결심이었음을 미처 읽어내지 못했다.
하긴 전두환을 닮았다는 이유로 텔레비전 출연이 금지됐었던 어느 연기자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생생하던 그 시절이었으니 어느 누가 감히 그런 '불경스런 생각'을 할 수 있었으랴.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두 달여 뒤인 3월 25일 문 목사는 유원호·정경모씨와 함께 평양 땅을 밟는다.
통일운동의 커다란 발자취를 남겨두고 우리들 곁을 떠나간 문익환 목사에 대한 10주기 추모 행사가 15일 부산 통일연대 강의실과 동보서적 4층 동보문화센터에서 열렸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기일인 18일 이전에 미리 준비된 자리라 그렇겠다는 생각을 했다.
통일연대 강의실에서는 '2004년 통일 운동의 전망과 우리의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정대연 통일연대 정책집행위원장은 " 올해는 단순히 한반도 내에서의 전쟁을 반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족성과 민족 공조 정신을 강화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