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용산기지 평택이전' 합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18일 오전 평통사, 자통협, 민주노동당 등의 주최로 국방부 정문 앞에서 열렸다.평통사 제공
"한국은 미군기지 이전비용과 대체부지를 부담할 이유가 없다."
"평택 주민이 수십년 겪은 고통을 다시 한번 강요하는 평택 대체부지 제공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한미 양국의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과 관련, 시민단체들이 굴욕적인 '합의'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과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자통협), 미군기지확장반대평택대책원회, 민주노동당 등은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전비용 한국부담과 대체부지 제공은 있을 수 없다"며 미군측의 용산기지 전면반환을 촉구했다.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규탄 회견에는 임종철·변연식 평통사 공동대표를 비롯해 김용한 평택대책위 상임대표, 정연욱 민주노동당 용산지구당 위원장·신맹순 녹색평화당 인천 남동갑지구당 위원장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 한미협상 결과에 대해 "겉으로는 용산기지 전면반환이라는 우리 뜻이 받아들여진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이 천문학적인 이전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대체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것은 불평등하다"며 "결국 미국의 부당한 요구가 일방적으로 수용된 굴욕적인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이 이전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는 합의와 관련, 이들은 "현대판 노예문서와 다름없다"며 "정부가 구체적인 근거를 공개하지 않은 채 30억 달러로 비용을 추산하는 것도 무제한적인 이전비용 액수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아닌가"라고 따졌다.
김판태 평통사 기지협정팀 국장은 "최근 청와대의 용산기지 이전협상 특별감사와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 경질 등 숭미·굴욕 외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어 일말의 기대를 가졌으나 미국의 강권에 굴복함으로써 국민에게 또다시 실망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용산기지 이전은 동북아 군사패권 강화 등에 따른 미국 자신의 군사전략적 필요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전비용의 한국부담은 천부당 만부당한 것"이라며 "이전비용 전액 한국 부담과 평택 대체부지 제공을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용한 평택대책위 상임대표는 "기존 457만평에 달하는 미군기지로 인해 평택 주민들은 수십년간 지역발전 장애와 미군범죄 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미군기지의 평택 총집결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김 대표는 "한미연합사·유엔사를 포함해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려는 미국의 전략은 결국 한반도와 동북아에 심각한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정연욱 민주노동당 용산지구당 위원장은 이번 합의에 대한 즉각 철회와 한국의 부담 없는 용산기지 전면반환을 거듭 한미 양국에 촉구했다. 정 위원장은 "이전비용 한국부담 및 대체부지 제공 없는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전면 재협상 투쟁에 민주노동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평통사는 앞으로 용산기지 이전 전면 재협상과 국회비준 저지, 2월에 열릴 '미래한미동맹' 반대 등을 위한 투쟁에 주력할 예정이다.
한편,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과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를 단장으로 하는 한미 대표단은 17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에서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 6차 회의를 갖고 미군 용산기지를 오산·평택 등으로 옮기는데 합의했다.
덧붙이는 글 | 다음은 '미래 한미동맹 6차회의'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이전비용 전액 한국부담과 대규모 대체부지 제공에 관한 굴욕적인 합의를 철회하고 재협상하라!
한미양국은 1월 15∼16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래한미동맹 6차 회의에서 한미연합사·유엔사를 포함한 용산 미군기지를 2007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하되 이전비용 전액을 한국이 부담하고 평택에 대규모 대체부지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90년 합의각서·양해각서를 대체할 포괄협정과 이행합의서의 일부 남은 문제에 대해서는 2∼3주 동안 추가협상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용산 미군기지의 전면적 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 결과는 이전비용 한국 전액부담과 대규모 대체부지 제공이라고 하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가 일방적으로 수용된 불평등한 협상이라는 국민적 지탄을 결코 피할 수 없다.
용산 기지 이전협상에 대한 청와대의 특별감사, 윤영관 외통부장관의 경질 등 숭미외교, 굴욕외교에 대한 문제가 정부 내에서조차 제기된 가운데 이뤄진 이번 협상은 국민들로 하여금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하였으나 전과 변함없이 미국의 강권에 굴복함으로써 또 다시 실망과 분노를 국민들에게 안겨주었다.
1. 우리는 용산기지 이전비용 전액 한국 부담을 굴욕외교의 표본으로 규탄하며 이를 철회할 것을 한미당국에 강력히 요구한다.
이전비용전액 한국부담은 그간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이 미국의 강권에 굴복한 굴욕적인 협상이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증거이다. 이전비용 전액을 우리 나라가 부담하기로 한 것은 굴욕적이고 위법적인 90년 합의각서와 양해각서, 91년 SOFA 합동위원회 각서에 근거한 것으로서 그 부당성이 너무나 명백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이 같은 90년 합의를 지엽적인 문구만 수정한 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우리 주권과 국익을 지켜야 할 자신의 책임을 무참히 저버린 행태이자 외교부 내 조약국의 정당한 문제제기조차도 묵살해 버린 철저히 독선적이고 친미사대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이전비용을 부담하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전비용 합의는 현대판 노예문서에 서명해 준 것이나 다름 없다. 우리 정부가 그 구체적 산출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이전비용을 30억 달러로 추산하는 것도 사실은 이전비용 액수가 무제한으로 될 것이라는 국민적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데 그 의도가 있다.
더욱이 용산기지 이전이 동북아 군사패권 강화와 전쟁수행개념 변화에 따른 미국 자신의 군사전략적 필요와 요구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전비용의 한국부담은 천부당 만부당한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전비용 전액 한국 부담을 결사 반대하며 이를 철회하고 재협상할 것을 한미양국에 강력히 촉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한미양국이 국민적 지탄을 모면하기 위해 용산기지 이전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구체적인 이전비용 산출 근거가 담긴 이행합의서와 기술양해각서를 은폐하고 추상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진 포괄협정만을 국회비준 절차를 밟으려고 하고 있는데 대해서 이를 국민 기만행위로 규탄하며 국회 비준에 앞서 이번 합의의 상세한 내용을 국민 앞에 공개하고 그에 관한 국민여론 수렴을 거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 평택에 대규모 대체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이번 합의는 기존의 457만평의 미군기지로 인해 수십년 동안 수많은 미군범죄와 지역발전 장해의 희생을 겪어온 평택주민에게 또 다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이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
3. 지금 미국이 추진 중인 한미연합사·유엔사를 포함한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은 어디까지나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화하고 동북아지역군으로 전환하려는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른 것일 뿐으로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에 심각한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에 우리는 주한미군의 감축과 단계적 철수 원칙에 입각한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을 촉구한다.
민족적 자존심 회복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용산기지의 전면 반환을 촉구해 온 우리는 용산기지 전체를 이전하기로 한 한미간의 이번 합의를 결코 환영할 수만은 없다. 그것은 미국의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우리 국민의 부담을 강요하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공격력의 현대화, 대북 선제공격력 강화, 한반도 영구주둔 여건 확보, 대동북아 군사패권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전략적 요구대로 용산 미군기지가 이전된다면 그것은 대북한, 대중국에 대해서 군사대결과 군비증강을 강요하게 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나아가서 동북아의 평화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이에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용산기지 이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용산기지를 전면반환하되 주한미군의 감축과 단계적 철수가 전제되는 용산 미군기지의 전면 반환 즉, 평택의 대규모 대체부지로의 이전이 아닌 기존 미군기지로의 축소통폐합방식의 이전을 한미 당국에 강력히 요구하며 이러한 방향에서의 재협상을 요구한다.
또한 우리는 한미양국이 2만 5천평의 용산기지에 비군사시설인 드래곤 힐 호텔을 그대로 두고 주한미군사령부 연락사무소를 신축하며 미군 업무협조단 50명을 잔류시키로 합의한 것은 전면반환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무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현행 소파의 군사적 공여목적을 상실한 불법적 기지사용이므로 결코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밝힌다.
다시 한번 우리는 한미양국이 이전비용 전액 한국부담과 평택의 대규모 대체부지 제공 합의를 즉각 철회하고 이전비용 한국부담 및 대체부지 제공 없는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전면 재협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4년 1월 18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평택대책위,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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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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