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빈이가 목숨걸고 지킨 햄버거와 피자 한 조각느릿느릿
우리 집 아이 셋은 모두 식습관이 좋습니다. 너무 잘 먹어서 탈입니다. 아이들이 서로 다툴 일이 없는데 식사시간 종종 큰소리가 납니다. 그 이유는 '왜 자기 밥이 작냐?'는 것입니다. 아내가 밥상을 차리면 아이들은 밥이 제일 많이 담겼다 싶은 그릇 앞에 선착순으로 자리를 차지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은빈이가 오빠들에게 먹는 것은 지지 않습니다. 어려서부터 애들 밥 먹이느라고 한번도 속 썩은 적이 없었습니다.
‘주는 대로 먹는다.’는 군대 용어가 우리 집에서는 그대로 통합니다. 아이들이 아파도 ‘밥이 보약’이라고 한번도 끼니를 거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 식사하는 풍경은 대단히 전투적입니다. 하나도 남기지 않습니다.
요 며칠 전, 내가 아침에 글 한 꼭지를 쓰고 거실에 나갔더니 은빈이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저 혼자 밥을 먹고 있습니다. 내가 대뜸,
“은빈아, 너는 아빠보고 아침인사도 안하니?”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모기만한 목소리로)
“은빈아, 무슨 인사를 앉아서 하니? 아빠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랬더니 은빈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큰소리로)
그런데 밥그릇을 손에 쥐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은빈아, 밥그릇은 상에 놔두고 인사를 해야지. 무슨 인사를 밥그릇을 손에 쥐고 하냐?”
“아빠가 내가 인사하는 사이에 뺏어 먹을까봐 걱정이 돼서 그래!”
'앗, 녀석! 암만 그래도 그렇지. 내가 밥 한 숟갈 뺏어 먹을까봐 걱정이 돼서 밥그릇을 들고 인사를 한단 말인가?' 은빈이는 밥 한 끼만 굶어도 죽는 줄 압니다. 한번은 통통하게 나온 자기 사진을 보고는 이제 오늘 저녁부터 사흘 동안 굶겠다고 합니다. 자기도 적정이 되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