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낙조에서 자신을 만나다

겨울방학 가볼 만한 곳- 안면도

등록 2004.01.19 00:54수정 2004.01.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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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편리한 안면도, 당일코스도 좋아

지루한 겨울방학이 벌써 중반으로 치닫고 있다. 유난히 포근한 올 겨울은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하기에 적합하다. 당일코스로 부담 없고, 풍광 또한 뛰어난 곳이 있다면 금상첨화. 쉬는 날 일찍 일어나 서두르지 않고도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안면도다.


지리상으로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에 위치한 안면도는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이 좋아진 곳 중 하나다. 사진작가가 뽑은 가장 아름다운 일몰로 서해안 안면도가 선정되면서 지난 연말에는 해넘이 관광객들이 몰리기도 했다.

a 안면도의 아름다운 낙조

안면도의 아름다운 낙조 ⓒ 엄선주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홍성 IC로 진입, 해미 방면으로 가다가 갈산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서산간척지를 거쳐 직진한다. 안면대교를 건너 안면도 방면으로 10분쯤 가다보면 꽃지해수욕장 입구 삼거리가 나오고 여기서 우회전하면 꽃지해수욕장 주차장이다. 곳곳에 안면도로 가는 표지판이 설치되어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홍성 IC에서 30분이면 도착한다.

해송, 겨울바다, 그리고 일몰

몇 년 만에 찾는 겨울바다라서인지 한 살 더 먹었는데도 소녀처럼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국도를 타고 쭉 늘어선 해송을 보고 있자니 설렘이 배가 된다. 수백 년 수령의 해송 수만 그루가 빽빽이 들어섰는데 가늘기만 하면 대나무라고 할 정도로 곧게 뻗어있다. 그 모습이 마치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듯하다.

안면도는 최근 휴양림과 펜션지로 각광받고 있는데, 군데군데 들어선 목조주택이나 하얀 스틸하우스들이 마치 엽서에서나 볼 수 있는 유럽의 어느 해안 도시 같아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이제 바다가 보인다. 방포항과 꽃박람회장 주차장 사이를 연결하는 빨간 꽃지교는 색과 모양이 바다와 잘 어울려 바다를 감상하는데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넓은 주차장만 보아도 도시의 그것과 너무 다른 모습에 가슴이 뻥 뚫린다.

익산에서 점심 먹고 한참 뒤에 출발했는데 꼭 시간 맞춰 온 것처럼 마침 일몰이다. 안면도는 붉은 해가 물 위에 닿으며 잔영을 드리우는 모양의 오메가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빨간 노을이, 색은 이글이글 타는 듯하나 어딘지 모르게 차갑고 추워 보인다. 바닷가 모래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바다를 그대로 담은 듯한 물결 모양이 조각한 듯 진하게 새겨져 있다.


a 겨울바다가 마냥 좋은 아이들. 물결을 담은 모래가 아름답다.

겨울바다가 마냥 좋은 아이들. 물결을 담은 모래가 아름답다. ⓒ 엄선주

노부부의 애틋한 전설 담은 할아비·할미바위

저 멀리 할아비바위와 할미바위가 나란히 서있다. 할미바위는 잘 모르겠는데 할아비바위는 정말 할아버지처럼 보인다. 눈 코 입의 얼굴도 그렇고 듬성듬성한 소나무는 노인의 머리카락과 흡사하다. 이 할아비, 할미바위에는 애틋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통일신라 승언 장군이 원정을 나가 돌아오지 않자 매일 높은 바위에 올라가 기다리던 아내가 망부석이 되어 죽었고, 몇 해 후 승승장구하며 돌아온 승언장군도 그 곁에서 사랑의 노래를 부르다가 숨을 거두어 할아비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a 애틋한 전설을 담고 있는 할아비, 할미바위

애틋한 전설을 담고 있는 할아비, 할미바위 ⓒ 엄선주

그러고 보니 낙조에 비친 소나무가 한 노인의 기나긴 기다림을 말해주듯 쓸쓸해 보인다. 낙조의 황홀경에 빠져 잠시 넋을 잃고 있는 사이 어느새 주위가 어두워졌다. 바닷바람에 내놓은 맨 얼굴과 손이 꽁꽁 얼어있다. 이제 자연의 감동을 에너지 삼아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할 때다.

a 마치 필터를 끼운 듯  세상이 온통 금주황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필터를 끼운 듯 세상이 온통 금주황빛으로 물들었다. ⓒ 엄선주

새해 소망 담을 새 부대,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새해에는 풍요와 기쁨과 건강이 넘치기를 누구나 소망한다. 2004년의 첫 달을 보내며 새 소망을 담을 새로운 부대를 아직 준비하지 않았다면 이 곳, 안면도로 여행하기를 권하고 싶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느끼며 감동을 받는다면 어느 새 묵은 때가 벗겨지고 새로운 내가 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익산 내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익산 내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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