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짜리 몇 장으로 무얼 살까

[포토]재래시장의 푸근함을 느끼는 설날은 어떤가요?

등록 2004.01.20 14:51수정 2004.01.2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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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식

갑신년, 떠오르는 첫해를 바라보며 여러분은 어떤 소원을 빌었습니까? 온갖 비리가 난무하는 국회를 바라보며 제발 올해만은 깨끗한 정치를 해주기를 비셨나요? 아니면 이제 굽혔던 허리 좀 펴고 살았으면 원이 없겠다고 생각하셨나요?


때로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일들로 인해 삶을 비관하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명절을 그저 기쁜 맘으로 맞이할 수 없는 이웃들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이 때, 기운이 생동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재래시장을 다녀왔습니다.

a 재래시장에는 기운생동한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재래시장에는 기운생동한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 강현식

모처럼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나이 지긋한 분들과 조금이라도 더 물건을 팔기 위해 목청을 드높이는 상인들의 훈훈한 열기가 축 처졌던 몸에 전해지는 기분입니다. 그 기분은 마치 갓 그물에 잡힌 활어처럼 싱싱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경기는 제자리인 것 같습니다. 시장을 가득 메우는 사람들은 물건을 사기보다는 들고 나온 몇 만원을 머릿속에 떠올려야 하겠지요.

a 뒤뚱거리는 우리의 삶도 좌판의 물건처럼 기분좋게 팔렸으면 합니다

뒤뚱거리는 우리의 삶도 좌판의 물건처럼 기분좋게 팔렸으면 합니다 ⓒ 강현식

a 재래시장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손짓하곤 합니다

재래시장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손짓하곤 합니다 ⓒ 강현식

뒤뚱거리는 우리의 삶도 좌판에 내놓은 물건처럼 기분 좋게 팔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핑계거리 중에 명절만한 것이 어디 있나요?

아이가 곱게 차려 입은 때때옷을 휘둘러보며 기뻐하는 부모님들. 불쑥 끼어든 남편을 보고 부엌은 여자들끼리 이야기꽃 피우는 곳이니 나가달라며 손사래를 치는 아내의 환한 웃음. 비록 풍성하지는 못하지만 한 입 가득 넣은 만두가 뜨겁다고 칭얼대는 조카들. 이런 정겨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날이 명절이 아니던가요?

a 명절이 되면 머리부터 아프다는 어머니들이 있습니다

명절이 되면 머리부터 아프다는 어머니들이 있습니다 ⓒ 강현식

a 재래시장은 우리가 편리한 것만 찾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합니다

재래시장은 우리가 편리한 것만 찾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합니다 ⓒ 강현식

하지만 골치 아픈 명절이 또 돌아왔구나 싶어 머리부터 지끈거리는 엄마들이 간만에 재래 시장을 찾습니다. 누가 먼저 찾지 않아도 늘 풍성한 그곳. 우리는 편리한 것에 너무 길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 손질된 마늘 한 접을 기어이 오늘 하루 전부 팔겠다고 자리를 깔고 앉은 할머니의 주름살처럼 우리도 억척스럽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 좌판의 생선처럼 넓은 바다를 등에 지고 살고 싶습니다

좌판의 생선처럼 넓은 바다를 등에 지고 살고 싶습니다 ⓒ 강현식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연락이 뜸했던 친척들의 안부가 무척이나 궁금해질 때쯤, 초인종을 누르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겠지요. 그들을 나직한 목소리로 불러보세요. 꼭 명절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이웃에서 빌려 온 큰 상을 떠억 안방에 놓고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먹는 떡국 한 그릇. 재래시장의 푸근한 인심처럼 우리의 삶도 조금씩 푸근해지지 않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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