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배를 탄 사공이 강을 둘러보고 있다. 아마라푸라.김남희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는 한 무리의 여고생들이 따라오며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이름이 뭐냐, 가족은 몇 명이냐, 결혼했느냐, 언제 미얀마에 왔느냐, 미얀마를 좋아하느냐, 어떤 음악을 좋아하느냐, 장래 희망이 뭐냐 등등….
"What is your ambition?"
이 질문을 들었을 때는 정말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곤혹스러웠다. 외운 문장을 실습하는 듯 똑같은 억양과 반복되는 문장, 공격적인 질문 태도가 사람을 질리게 한다.
내 대답이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못 알아듣는 눈치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질문이 마침내는 성가셔지고 내려오는 길이 피곤하게 느껴진다. 그런 나를 멀리서 바라보며 안쓰러운 미소를 보낼 뿐, 구제해 줄 생각은 않는 마이클과 올드리카.
나중에 알고 보니 만달레이 언덕은 외국인을 만나 영어연습을 하기 위해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 곳이란다. 만달레이 여고생들의 ‘외국인 현장 학습’ 테스트를 가까스로 통과한 다음날, 마이클, 올드리카와 아마라푸라(Amarapura)로 간다.
아마라푸라로 가는 이유는 오직 하나.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보다 더 예쁜, 티크로 만든 나무다리를 보기 위해서다. 픽업 트럭으로 40분쯤 달리니 아마라푸라다.
바로 강변으로 가 유베인 다리를 둘러본다. 1.2km의 긴 다리가 나무로만 만들어져 있다. 당연히 차는 못 다니고, 자전거도 웬만해서는 끌고 지나가야 한다. 다리 위 곳곳에는 간식거리를 팔거나 낚시를 하고, 의자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 다리 하나만으로도 아마라푸라는 참 어여쁜 곳이다. 다리가 바라보이는 강변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만달레이로 돌아오는 픽업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