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잊은 '조류독감과의 전쟁'

설 연휴 '2차 감염 예방' 총력전 펴는 양산시 공무원들

등록 2004.01.22 10:19수정 2004.01.2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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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유의 최대 명절인 '즐거운' 설 연휴에도, 양산시 조류독감 발생 지역 일대는 24시간 검색 초소 운영 등 비상 근무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양산시는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조류독감 발생지역인 하북면 삼감리 일대 총 25농가를 대상으로 한 살(殺)처리를 모두 완료한 가운데, 설 연휴 기간 동안에도 2차 감염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향 방문' 연기해도, '조류 독감 퇴치' 미룰 수 없어

설 연휴가 시작되는 21일에, 조류 독감 퇴치에 여념이 없는 양산시를 찾았다. 먼저 찾은 곳은 조류독감 발생지역인 경남 최대의 '하북면 양계단지'로 통하는 통도사 앞 '초산 삼거리 초소'다.

양산통도사 앞 '초산 삼거리 초소'의 방역 장면
양산통도사 앞 '초산 삼거리 초소'의 방역 장면황원판

이 초소는 지난달 음성군에 이어 조류독감이 발생한 울주군과 반경 10㎞ 이내에 속하는 첫 초소라 더욱 경계가 삼엄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철저한 검문과 차량 소독 광경이 마치 화생방전을 연상케 할 정도로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추운 날씨에 소독약 효과가 저하되어, '석회'를 함께 뿌려 방역 효과를 높이고 있다.
추운 날씨에 소독약 효과가 저하되어, '석회'를 함께 뿌려 방역 효과를 높이고 있다.황원판

여기서 차량 검색과 방역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대구가 고향인 최준열(20·하북면사무소 근무)씨는 "설 연휴라 고향 생각도 많이 나지만, 피해 주민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다시는 이런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역에 동참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설 연휴라도 주민위해 '방역' 앞장서는 것은 공무원의 당연한 일이라는 양산시청공무원 정해대씨
설 연휴라도 주민위해 '방역' 앞장서는 것은 공무원의 당연한 일이라는 양산시청공무원 정해대씨황원판
이 초소에서 근무중인 정해대(47·양산시청 환경위생과)씨도 설 연휴 없이 2교대 근무로 힘든 가운데도 "고향 방문은 미룰 수 있어도, 조류 독감 방역은 절대 미루거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어느 누구나 해야 할 일인데, 공직자가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조류독감 퇴치에 '공무원 노조'와 '간부' 모두 한마음

그리고 양산시청 공무원직장협의회장을 지낸 바 있는 총무과 하영근(45·시정계장)씨는 "조류 독감은 지역의 재난"이라며, "전 공무원이 단결하여 이를 극복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류독감 발병 이후 24시간 초소 근무를 설 연휴에도 계속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불만 하지 않고 전 공무원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시청 간부 공무원이 초소 근무자를 격려하고, 밤에는 공무원 노조에서 위문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초소 근무자, 주민 위해 '2차 감염 예방'에 만전

발길을 옮겨 초산 삼거리 초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조류독감 발생지역인 하북면 삼감리로 향했다.

'발생지 초소'(삼감마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병기씨(양산시농업기술센터 근무)
'발생지 초소'(삼감마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병기씨(양산시농업기술센터 근무)황원판

발생지 인근의 일부 도로는 바리케이드가 쳐져있다.(삼감리 타조농장입구)
발생지 인근의 일부 도로는 바리케이드가 쳐져있다.(삼감리 타조농장입구)황원판

'발생지 초소'라고도 부르는 이 삼감마을 초소에 이르자 설 연휴라는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적막한 느낌이 들었다. 한눈에 최대 피해 지역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초소 근무자 강병기(33·양산시농업기술센터 농정과 축산담당)씨는 "이 마을 주민의 피해와 아픔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앞으로 철저한 2차 감염 예방으로, 추가 피해가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민을 위하는 길"이라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철저한 초소 근무로 여기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고, 또 이 지역의 바이러스를 전멸시켜 3∼4개월 후 다시 닭을 입식시켰을 때 절대 조류독감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에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

또한 그는 하북면 부녀회에서 초소별로 나누어 준 김치 등 위문품을 보이며 "주민들의 따뜻한 위문에 힘이 솟는다"며 감사하기도 했다.

하북면 부녀회 위문품인 김치를 먹으며 '주민들의 따뜻한 위문'에 감사하는 강병기씨
하북면 부녀회 위문품인 김치를 먹으며 '주민들의 따뜻한 위문'에 감사하는 강병기씨황원판

생활안정자금 긴급지원 등 피해 보상 추진중

양산시청 종합대책 상황실에서 이 조류독감 퇴치를 진두지휘 하고 있는 양산시농업기술센터 최근율 소장은 "지난 달에 음성군과 울주군에서 조류 독감이 발병한 후, 양산시에서도 미리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가 방역과 살처분 등으로 양계농가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정확한 감염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면역이 약한 노쇠한 닭인 '환우'가 많아 감염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피해 농가 보상'과 '2차 감염 방지'를 역설하는 양산시농업기술센터 최근율 소장
'피해 농가 보상'과 '2차 감염 방지'를 역설하는 양산시농업기술센터 최근율 소장황원판

"명절을 앞두고 큰 아픔을 당한 피해 농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서 설 연휴를 앞두고 피해농가에 우선 시비 및 도비로 '생계안정자금'을 긴급히 지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미 구성된 '피해 평가 위원회'의 평가 결과에 따라 적절한 피해보상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

성묘객 통한 확산 우려, '공원묘지 성묘'는 가급적 자제 당부

그리고 최 소장은 "설 연휴 귀승객 대이동에 따라 조류독감 발생지역에서의 교통 혼잡과 2차 감염이 염려된다"며, 전염 방지를 위해 다음과 같이 당부하였다.

"감염 지역 일대가 평소에도 교통 혼잡 지역이며 성묘객들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높습니다. 특히 설날에는 인접한 석계 묘지, 천주교 묘지 등 2개의 대규모 공동묘지 성묘객들로 교통 혼잡과 방역 차질이 우려되므로, 양산 지역 일대 성묘는 가급적 연기하거나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합니다."

조류독감 발생 지역의 양계장이나 오리농장에는 절대로 출입해서는 안되며, 불가피하게 감염 지역에 들어갈 경우에는 나오는 즉시 손발을 씻고 신발과 옷도 곧바로 소독해야 합니다. 또 2차 감염 예방을 위해서 절대로 소독이 안 된 닭이나 계란을 반출하는 일이 없도록 협조해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양산시 조류독감 종합대책 추진상황

양산시는 설 연휴 전인 20일까지 25농가 60만5400수의 닭, 오리 등에 대한 살(殺)처분 및 매몰 작업을 완료했다. 이 작업에는 공무원, 군인, 경찰, 유관기관, 고용 인력을 포함한 연인원 2806명이 투입됐다.

설 연휴인 21일부터 25일까지 전체 공무원의 70% 정도인 480명의 시청 및 읍·면·동 공무원이, 초소 운영 및 방역 등의 전염 방지활동에 투입하는 등 비상근무 중이다.

종합대책상황실에 근무하는 김연환(46·축산계장)씨는 "이번 설 연휴 기간을 포함한 향후 1개월 동안에는 감염지역 일대에 10개 초소를 운영하는 등 '2차 감염 방지'에 주안점을 두고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 발생지 농장 출입금지 및 이동통제 강화 ▲ 초소 운영 및 이동차량 소독 실시 ▲ 살처분 매몰지 소독 등 사후관리 ▲ 축사 소독 및 폐쇄 작업 ▲ 축사 바닥에 석회 뿌리기 작업 ▲ 조류에 의한 전염을 막기 위한 '축사 분뇨에 석회 뿌리고 비닐 덮기' 등의 작업에 주안을 둘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추운 날씨 때문에 소독약의 효과가 저하되어 어려움이 많다"며, "저온에서도 살균 효과가 강한 석회 살포를 병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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