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지나가 안내한 헥센자우버KOKI
헥센자우버(Hexenzauber)라는 레스토랑으로 조용하지만 은은한 조명이 멋진 곳이었다. 저녁 식사를 즐기는 이들이 간간이 보였다. 그런데 카타지나를 따라온 것이 잘한 일일까? 일단 그의 추천으로 감자와 베이컨으로 만든 음식을 시켰다.
여행에 나서게 되면 낯선 환경은 물론이요, 새로운 사람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다만 지금처럼 일행이 있는 경우에는 새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일단 집을 떠나오게 되면 그것이 혼자이든 대여섯의 일행이 있든 숙명적으로 낯선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해서 일단 낯선 이에게 다가서기 전에 의심을 해보게 된다. 저 사람은 내게 해가 될까? 아니면 득이 될까? 평상시에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을 싫어했던, 아니 경멸했던 적이 있다.
"기봉아, 저 사람 알아두면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꺼야."
"기봉아, 인사 드려라. ○○그룹에 있는 선배야. 앞으로 잘 보여야 해."
정말 싫었다. 홍길동은 형을 형이라 아우를 아우라 부르지 못해 고뇌했다지만 이건 아예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 아닌가. 인간 그 자체로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득이 되는지 혹은 실이 되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싫었다.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지금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가?
카타지나라는 예전에는 전혀 알지 못한 대륙 반대편의 사람을 아무런 의심 없이 따라간다? 일행이 있긴 했지만 이곳은 이역만리, 게다가 네오 나치로 몸살을 앓는다는 독일 아니던가.
혹시 독일어를 모르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장사하는 곳으로 데려온 것 아냐?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다소 안심이 되기는 했지만 괜히 서양 식당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데려다 놓고 바가지라도 씌우는 것은 아닌지 걱정 아닌 걱정이 되었다. 아니 그런 거 다 제쳐 두고 혹시 이 친구 어디 불량 패거리 소속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