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26일치 2면 머릿기사.조선닷컴
"평준화 후 저소득층 더 불리"(조선)
"평준화가 학력 세습 불러"(중앙)
"평준화 정책-쉬운 출제경향이 부유층 자녀 서울대 진학 늘려"(동아)
이들은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원장 김인준)에서 낸 '누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란 제목의 연구 결과를 이런 식으로 다뤘군요. 다른 신문들과 달리 '고소득층 자녀가 서울대에 많이 들어오는 까닭은 평준화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외친 것이죠.
이들 가운데 <조선>은 특이하게 26·27일치 이틀에 걸쳐 사설을 쓰면서 '(평준화 찬성이) 운동권적 구태, 맹목적 사회주의 이념'이라는 막말까지 썼어요.(덧붙이는 글에 링크된 26일자 조선일보 사설 참조)
그런데 문제가 생겼네요. 이 기사를 본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출입기자들한테 "언론이 지나쳤다. 평준화를 모든 재앙의 원인으로 몰지 말라"고 반박했다는군요.(<한겨레> 27일치 재인용) 취임 일성으로 엘리트 교육을 강조한 그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꿈(연구 의도)에 대한 해몽(기사 내용)'치곤 좀 심하긴 심했던 모양입니다.
안병영 부총리도 반박한 신문 기사들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타파, 교육 평등성 실현.'
웬만한 이들이면 다들 동의할 말일 겁니다. 이는 교육시민단체들의 평준화 찬성 명분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젠 평준화 폐지를 주장하는 쪽도 같은 명분을 들고 나오고 있군요. 최근 <조중동>의 보도가 이런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네요. 평준화를 찬성하는 쪽이나 폐지하는 쪽이나 '똑같은 명분인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아마도 한 쪽이 가당치도 않은 말을 끌어다 붙이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네요. 흐르는 도랑물을 갖고 자기 논에 물 대기식 주장을 펼치는 쪽은 어디일까요. 저는 평준화 폐지론자들이라고 봅니다.
평준화 폐지론자들의 면면을 살펴보죠. 1970년대엔 한국사학재단연합회, 사립교장단, 대한교육연합회(현 한국교총)가 항의문을 내는 등 앞장섰습니다. 현재는 경제부처, 사학재단, 한나라당, <조중동>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고소득자들이 2배 가량 더 '평준화 폐지' 원해
예외도 있겠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이른바 기득권을 옹호해 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솔직히 평등성을 주장하기엔 조금 어색한 팀들이죠.
학부모들은 어떨까요. 위 <조중동>의 보도대로라면 경험적으로 고소득자들은 평준화 유지에 찬성하는 게 이치에 맞겠군요. 지금처럼 평준화가 유지돼야 서울대에 많이 갈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에 대한 실증 연구는 정반대의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김경근 고려대 교수 등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고교 평준화 제도 존폐에 대한 학부모의 태도 결정 요인'이란 논문을 보죠. 서울지역 학부모 7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월평균 가계 수준이 300만원 미만인 집단은 74.3%가 평준화 유지에 찬성한 반면, 5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는 51.3%에 그쳤습니다. 폐지를 선호하는 쪽은 오히려 고소득 집단이 두 배 정도나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