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스 김희수
우리 사회의 진보적 여성운동을 주도하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의 새 공동대표로 뽑힌 남윤인순(47) 대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 개척해온 사람이다.
공동대표로 뽑힌 뒤 그는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과 폭력, 빈곤, 전쟁, 가부장제 인습으로부터 해방되는 그 날까지 작은 촛불이 되어 주변을 밝히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장실무 전문가에서 지도자로 거듭나
1990년대 가족법 개정, 성폭력특별법 제정,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여성노동관련법(모성보호법) 개정 등의 여성을 위한 법제정 작업과정의 현장에는 늘 남윤 대표가 있었다.
‘현장 실무 전문가’란 말이 남윤 대표의 이름 앞에 늘 따라붙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여성연합의 새 대표로 선출된 것은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실무 전문가가 지도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여성단체 내부 민주주의 실현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윤정숙 여성민우회 대표의 경우와 같이 실무 전문가 출신 대표들의 잇따른 탄생과 함께 여성지도자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이경숙 전 여성연합 상임대표가 열린우리당 공동의장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생긴 공석 때문에 치러졌다. 남윤 대표는 내년 1월까지 1년간 임기를 맡게 된다.
남윤 대표는 “인권, 다양성과 관용, 평등, 평화, 환경이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며 대안사회를 향해 나가겠다”면서 “호주제 폐지, 여성의 정치세력화, 여성빈곤 방지, 성매매 근절, 공보육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70년대말 당시 대학생이었던 남윤 대표는 재단 비리에 맞서 학내 민주화 운동에 참가했다가 제적당했다. 이후 야학교사를 거치면서 80년대 노동운동에 투신했고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 인천 ‘일하는 여성의 나눔의 집’ 간사, 인천 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94년 여성연합의 사무국장직을 맡게 되면서 여성운동과 직접적인 인연을 맺었고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무총장직을 맡아 호주제 폐지운동 등 굵직한 여성계 현안들을 부각시키며 앞장서 왔다.
그가 지금까지 걸었던 ‘남이 가지 않았던 길’은 이제 많은 사람들의 동참으로 더 넓어지고 단단히 다져졌다. 남윤 대표는 후배 여성 NGO 활동가들에게 “여성운동은 자신이 해방되는 자리”라며 “나의 노력으로 남들이 행복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행복을 중심에 놓고 늘 삶을 반추하고 학습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남윤 대표는 남편 서주원(44)씨가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어 ‘부부 시민운동가’로도 유명하다. 남윤 대표는 “서로 바빠서 그동안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딸아이가 벌써 고3이 됐다”면서 “올해는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어떤 단체?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은 민주화 투쟁 물결 속에 여성운동의 기치를 내걸고 남녀평등, 여성복지, 민주통일사회 실현, 여성운동단체간의 협력과 조직적 교류 도모를 목적으로 1987년 12월 창립됐다.
현재 전국에 6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를 두고 있는 여성연합은 남녀평등사회, 남녀공동참여 사회를 만들어 가는 대표적인 진보적 여성운동단체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동안 여성연합은 보육시설 확충 및 보육료 지원, 성폭력특별법 제정,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육아휴직제 도입 등을 위해 앞장서왔다.
지난해에는 호주제 폐지운동을 이끌었으며 성매매방지법 제정과 여성의 정계 진출 확대를 위한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 발족 등 여성계의 중요한 현안들을 여론화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담당했다. 올해 여성연합은 IMF 이후 심각해지고 있는 여성의 빈곤화 문제, 사회보장제도, 고용창출, 양성평등 가족정책 등에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여성연합의 지도체계는 3인 대표체제로 구성돼 있는데, 현재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가 상임대표직을 맡고 있으며, 이강실·남윤인순 대표가 공동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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