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 이사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자식으로서 아버지 돌아가신 날에 술 한잔 올리려는 마음입니다. 아직 진상규명조차 안 됐는데 무슨 보상입니까. 이제 겨우 법안이 통과되나 싶었는데, 유족들을 돈에 걸신들린 것처럼 매도하다니..."
2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 본사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선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이사는 "과거사 4대 법안을 황당하다고 보도한 <중앙>의 보도를 보고 잠이 안 오더라,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희자 이사는 <중앙> 보도에 문제가 많다는 전화를 받고서 전날(27일) 저녁 뒤늦게 기사를 읽었다고 한다. 그 뒤 밤잠을 설쳤다는 그는 아침부터 피켓을 만들어 거리로 나섰다.
이 이사는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3년 동안 기다리다가 이제야 소위원회에 넘어갔는데 왜 총선용 법안이냐, 오히려 지금까지 법안 통과를 미뤄온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또한 보상 논란에 대해 "국가로부터 보상받을 부분이 있으면 마땅히 받아야겠지만, 우선은 행정을 움직여 진상규명이라도 해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며 "부모 뼈값 챙겨먹으려는 자식이 어디 있겠냐"고 울분을 토했다.
@ADTOP@
71년 일본이 한국에 넘긴 사망자 명단, 20년이 지나서야 확인
이 이사가 국가의 진상규명 노력을 강조하는 것은, 정부가 이미 확보한 문서조차 유족들에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것은 지난 92년. 정부는 이미 71년에 일본으로부터 사망자 명단을 받았지만 이를 밝히지 않았다.
사망자 명단에 그의 아버지는 45년 6월 중국 광서성에서 전사했다. 가족과 생이별한지 1년, 겨우 23살 나이였다. 남기고 간 자식은 이희자 이사뿐이었다.
이 이사는 "돌을 막 넘긴 생후 13개월에 아버지와 헤어졌다. 나는 외갓집에서 아버지없이 자랐고 어머니는 재혼을 했다"며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것은 강제징용 진상규명뿐이라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사회가 어느 정도 민주화된 89년도부터 피해자단체에 들어가 밤낮없이 아버지에 대한 기록을 찾아다닌 이 이사는 2003년 일본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아버지가 있던 부대의 성격과 이동 경로를 알아냈다. 같은 해 정부문서기록소에서는 아버지가 다리에 총을 맞아 병원에 입원했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희자 이사는 아직도 진상규명 작업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96년 아버지가 포함된 사망자 명부가 천황 폐하를 위해 싸웠다는 이유로 전범들과 함께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아버지의 합사를 중지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재판소송을 시작한 상태다.
그래도 그는 운이 좋은 편이다. 아버지의 기록을 찾아낸 유가족은 거의 없다. 정부는 강제징용피해자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했지만, 피해자의 창씨, 고향을 정확히 모르면 검색을 할 수 없다. 어릴 때 아버지와 헤어져 창씨를 알지 못하는 대부분 유가족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이 이사는 "피해자 가족들은 나라 없는 설움 속에 아버지와 생이별을 하고 사망통지도 받지 못한채 고통의 세월을 보내왔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할 일인데 이조차 막는다니 <중앙> 기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는 <중앙일보>에 사과보도를 요구했으며, 이후 <중앙>의 태도를 보아가면서 1인 시위 및 다른 유가족 단체와의 연대집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2신 : 28일 오전 11시>
<중앙> 보도에 대해 관련단체 항의성명-집회 잇따라 예정
과거사 4대 법안 등을 '총선용 선심성 법안' 등으로 왜곡보도한 27일자 <중앙일보>의 보도에 대해 관련단체 등에서 항의 성명서와 집회 등을 추진하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공동대표 이종진 장완익)는 오늘 오후부터 1인시위에 돌입할 예정이다.
협의회의 이희자 상임이사는 "진상규명 특별법안은 일제하 태평양전쟁에 끌려가 희생된 분들의 정확한 실태조사 및 사망자에 대한 진상규명이 주목적"이라며 "마치 이 법안이 금전보상만을 전제로 한 것인양 보도한 것은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일방적 매도이자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상임이사는 이어 "제대로 된 역사청산을 위해 늦었지만 이제라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쓰는 것이 언론의 상식인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을 깨려는 의도가 뭐냐"고 되물었다. 이 상임이사는 오늘 오후 1시부터 서소문 중앙일보 본사 사옥앞에서 1인시위를 펼칠 예정이다.
한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범국민위, 상임공동대표 이해동 이이화 김영훈)도 28일 항의 성명서 발표에 이어 조만간 대규모 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ADTOP@
"<중앙> 기사는 확인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작성... 함량미달"
이창수 특별법쟁취위원장은 28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중앙일보 기사는 당사자들의 확인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작성된 함량미달 기사"라며 "유령같은 자료를 동원해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킨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범국민위는 이 위원장 명의의 성명에서 "과거사 진상규명 운동을 '돈 몇 푼 쥐어주는' 수준으로 인식하는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의 저열한 역사의식에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며 "기본적인 인권의식·역사의식도 없는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는 왜곡보도에 대해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규탄 성명서 발표에 이어 내부회의를 가진 후 관련단체들과 연대해 조만간 대대적인 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중앙> 기사에서 자료 출처로 명기된 기획예산처에 관련자료 정보공개를 청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범국민위의 [중앙일보 규탄 성명] 전문이다.
기본적인 인권의식·역사의식도 없는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는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통합특별법"에 대한 왜곡보도 사과하라!!!
1월 27일자 「중앙일보」는 '황당한 의원입법... 선심법안 쏟아져'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통합특별법(이하 통합특별법)'이 '유족에게 국가가 보상하자'는 법안이며 이런 법안을 추진하는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법안을 제정하려는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이 기사를 접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이하 범국민위)'의 유족과 단체는 사실에 기초하지 않는 기사에 '황당한' 심정을, 과거사 진상규명 운동을 '돈 몇 푼 쥐어주는' 수준으로 인식하는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의 저열한 역사의식에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
100만 민간인 피학살자의 유족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강요된 침묵 속에서 억울한 울음 한 번 시원하게 울지 못하고 속으로 앓으며 살아왔다. 지금 유족들은 내 부모가, 남편이, 아내가, 그 어린 자식들이 영문도 모른채 도륙당해야 했던 학살의 진상을 밝혀 무고한 생명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받고 또 왜 우리 역사에서 그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영문이라도 알고자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억울하게 학살당한 가족의 원혼을 달래고 피해자임에도 '빨갱이'로 몰려 '연좌제'의 고통 속에서 살아온 지난 세월의 고통을 씻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우리사회에서 국가폭력의 망령이 다시는 부활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특별법'은 법안 발의 전 유족, 시민사회단체, 법조계 전문가, 국회의원 등 광범위한 여론 수렴을 거쳐 '진상규명'과 위령사업을 중심으로 한 '명예회복'에 초점을 맞추어 준비된 법안이다. 애초 발의한 '통합특별법' 어느 조항에도 배상이나 보상을 언급한 곳이 없는데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피해자 진상규명 위주로 수정됐다'는 기사는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명백한 오보이다.
게다가 우리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전후 100만 민간인학살의 진상을 밝혀, 다시는 이와 같은 국가폭력이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자 추진되는 법안에 대해 역사적, 인권적 관점에서의 숙고도 없이 겨우 비용 문제 운운하는 수준으로 인식하는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가 과연 사회의 공적 기제로 역할을 해야하는 언론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범국민위'는 당연히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더 이상은 억울함을 가슴에 묻고 사는 국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노력에 대하여 '선심성'으로 인식하는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의 저열한 역사인식과 인권의식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가, 국민의 군대와 경찰이 그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대고 일본도를 휘둘렀다. 그리고 이런 학살은 한국전쟁을 전후한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발생하였다. 이러한 참담한 역사의 진실을, 국가폭력의 진상을 밝히지 않고 감히 그 누가 21세기 인권과 평화의 시대를 입에 담을 수 있는가?
'범국민위'는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의 이번 기사가 민간인 피학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며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고 보며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가 최소한의 양식이라도 있다면 유족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 기대한다.
이에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의 이번 오보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며 기사 정정과 '통합특별법' 제정의 당위성을 훼손한 행위에 대해 사과문을 지면에 게재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중앙일보」가 언론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면 우리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민간인학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그 진상을 밝히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며 16대 국회가 역사적 책무를 다하도록 법 제정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1. 왜곡보도로 민간인 피학살자를 두 번 죽인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는 유족 앞에 사죄하라!
1. 「중앙일보」와 정재홍 기자는 민간인학살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동참하여 언론으로서의 사회의 책임을 다하라!
1. 16대 국회는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즉각 학살규명 통합특별법을 제정하라!
2004년 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