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유물전시관 앞 바다에 떠 있는 제주도 '떼배'는 한선의 원시 형태를 보여준다.오창석
그러나 그리 멀지 않은 시간 속에서 배는 우리네 삶과 깊은 연관을 맺으며 길고 긴 항해를 지속해 왔다. 먼 옛날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고 문명이 시작된 곳에는 어김없이 강과 바다가 있었고, 그들은 배를 이용해 고기를 잡고,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났으며, 문명을 주고받았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 역시 삼한시대부터 강과 바다를 통해 중국, 일본 등과 내왕했고, 삼국시대에는 세 나라가 해전을 벌이면서 힘을 겨뤘으며 주변국들과 독자적으로 교류했다.
특히 서남해안 지역은 발달된 내륙수로인‘강’과 바다의 연계를 통해 일찍이 해상활동이 왕성했다. 지금의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했던 장보고는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바다를 장악하여 동아시아의 역사 속의 해상왕이자‘신(神)’이 되었다.
조선시대에도 역시 내륙 깊숙이 연결된 수운(水運)을 통해 세금으로 걷힌 쌀, 소금 등이 전국에서 모아지고 모든 물자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고려 태조 왕건은 궁예의 휘하 장수로 있던 시절, 영산강을 타고 들어와 나주를 점령하여 후백제를 견제하는 교두보이자 고려건국의 기초를 세웠다. 이처럼 당시 사회의 혈류(血流)였던‘물길’을 꿰뚫어 이용하지 못하고서는 정치, 경제, 군사적 성공을 거둘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