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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 느티나무 카페에서 실상사 작은학교 후원행사 열려

등록 2004.01.28 23:39수정 2004.01.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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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가을 3일 간의 작은학교 축제기간 중 저녁시간 역할극하는 모습
2003년 가을 3일 간의 작은학교 축제기간 중 저녁시간 역할극하는 모습작은 학교
실상사 작은학교를 아시는가?

작은학교는 중학교 과정 대안학교로, 올해 첫 졸업생을 내는 이 학교의 학부모들이 모여 후원의 밤 행사를 갖는다.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남원시 산내면 입석리 시골마을 학부모들은 오는 31일 서울로 상경, 오후 3시부터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실상사 작은학교 건축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를 연다.

이 행사에는 현대국악과 어린이 노래부르기 운동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는 시노래모임 <나팔꽃>동인인 백창우씨가 출연하여 노래를 부른다는 점도 눈에 띄지만, 다른 행사장에서는 볼 수 없는 정성어린 수공예품과 진귀한 골동품들이 전시된다고 한다.

2월에 졸업하는 하수용 학생의 엄마 백혜순씨가 발도로프 인형을, 2학년 이태호 학생의 엄마 정선훈씨가 헝겊가방을, 다른 학부모와 함께 직접 만들어 전시한다. 발도로프 인형에 붙은 핸드폰 걸이도 학부모들이 여러 날 함께 모여 만든 것들이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골동품들이 있는데 이는 3학년 임현재 학생의 부모가 독지가로부터 기증받은 것으로 수십 점에 이른다고 한다.

산내면 대정리에 있는 '웃고가'라는 이름의 작은가정 수리하는 모습
산내면 대정리에 있는 '웃고가'라는 이름의 작은가정 수리하는 모습작은 학교
오는 31일 오후 3시부터 진행하는 이날 행사는 오후 7시까지 3부로 나누어 열린다. 1부 여는 마당에서는 실상사 도법스님과 다른 손님들의 축사와 실상사 작은 학교 소개가 있을 예정이고, 2부에서는 여러 재미있는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3부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마무리하는 마당이다. 모든 진행은 학부모들이 장기를 살려 직접 담당한다.


‘전래놀이 101가지’라는 전통 놀이 책을 낸 2학년 은정이 아빠 이상호씨는 전통 민속학을 전공한 현직 교사인데 2부에서 재미난 놀이 진행을 맡는다. 풍물놀이를 진행하는 2학년 이슬이 아빠 역시 재주꾼이다. 전국농민회의 지역 간부이면서 풍물놀이 전문가로 농민들의 풍물동아리를 여러 해 지도하고 있다.

남녀 학생들이 김장하는 모습. 마늘을 까고 소금에 절인 김치를 꺼내 씻고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남녀 학생들이 김장하는 모습. 마늘을 까고 소금에 절인 김치를 꺼내 씻고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작은 학교
학부모회가 나서 이날의 후원행사를 하게 된 배경이 자못 궁금해진다. 졸업을 앞둔 3학년 학부모들도 적극 참여하여 학교 건축기금 마련에 나서고 있는 사정은 남다르다.


실상사 작은학교의 학교 시설은 컨테이너 박스 2개가 전부다. 한 동은 교실이고 한 동은 교무실이다. 그러면서도 지리산 너른 품새는 운동장이고 또 다른 교실이다. 일반학교와 다른 점은 교과과정과 교육철학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다른 대안학교와 크게 다른 한 가지가 있으니 그게 바로 ‘작은 가정’이다.

기숙사 대신 ‘작은 가정’이라 하여 서넛에서 너댓 명의 학생이 교사 한명과 함께 한 가정을 이루어 스스로 식·의·주를 해결하고 있는 점은 이채롭다. ‘작은 가정’에는 1∼3학년이 함께 어울려 있고 남녀 학생들이 한 가정을 이룬 곳도 있다. 이들이 '작은 가정'을 꾸린 이유는 삶을 지도하는 교육에서 식·의·주와 가정단위에서의 자립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골 농가를 빌려서 살다보니 아이들이나 교사 모두에게 생활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 집 주인이 언제 나가라고 할지도 모르고 비가 새고 상수도가 얼어도 바로 고쳐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지난해 작은학교에서는 ‘작은학교 건축 소위원회’를 구성, 아예 농가를 구입하여 제대로 된 ‘작은 가정’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또 집터를 마련해 집을 새로 짓기로 한 곳도 있다.

교사와 학부모로 이루어진 ‘작은학교 건축소위’는 후대의 학생들이 안정적인 공간에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자 한 해 동안 동분서주하다가 급기야 기금마련 후원행사를 하게 된 것이다.

"대안교육에 작은 디딤돌이 되고자 합니다."
[인터뷰]작은학교 학부모 회장 이진광씨

▲ 학부모 회장 이진광씨
-작은학교 건축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학사의 건축과 생활관의 건축이 나뉘어져 준비합니다. 그동안 모금된 후원금으로 준비된 작은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생활할 생활관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생활관은 지역의 농가를 구입한 후 재건축 또는 보수를 해 아이들과 선생님께서 같이 생활합니다. 작년 한 해 동안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 해 오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의 취지를 말씀 해 주시죠.
"이번 후원행사의 목적은 ‘작은 가정’이라 불리는 생활관의 개보수와 건축에 필요한 일부의 금액을 모금하는 것입니다. 학사건축은 작은학교 설립추진위원회에서 별도의 후원금을 모금할 것입니다.

우리는 단지 아이가 다니는 학교 시설물을 짓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살아있는 교육, 대안 교육의 작은 디딤돌이 된다는 생각에서 졸업하게 되는 학부모들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참석하게 되나요?
"작은학교 여러 관계자분들이 오십니다. 실상사 주지스님과 다른 스님들이 오시고 또 작은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 그리고 당연히 학부모들이 오시구요. 대안교육의 현장에 계시는 분들이 많이 오실 것으로 보입니다.

-행사 진행은 어떻게 되나요?
"오는 31일 오후 3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이 되는데요. 학교에 대한 소개와 참석자들이 서로 어울리는 순서가 있을 것입니다. 함께하는 놀이도 재미있을 겁니다."

-일반인이 오면 뭘 보고 듣고 느끼고 갈 수 있을까요?
"실상사 작은학교에 대한 전반의 내용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현재 대안교육, 대안학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진행하고 보여주는 장이며, 학부모, 학생 상담 장소도 준비되므로 다양한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행사에 대한 각 부분의 담당자들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행사 장소인 느티나무 카페에서 수시로 모여서 각 부분에 대한 진행사항을 점검하고 의논하고 있습니다.

전체 총괄은 학부모 대표와 건축소위 위원장님이 하고 또 홍보담당, 음식담당, 시설담당, 전시판매 담당이 있어 분야별로 점검을 거치면서 하고 있습니다."

-학교 일에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아는데, 대안학교 학부모 노릇하기 힘들지 않는지요?
"당연히 힘듭니다. 그러나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 생활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대한 주인의식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른 만큼 힘듦의 차이가 있습니다.

학생이나 교사 그리고 학부모 3주체 모두가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관계여야 합니다. 여기서 자발성이 발동되고 그 자발성이 사랑과 배려의 밑바탕이 됩니다. 실상사 작은학교는 관계하는 모두가 주인입니다."

-실상사 작은학교 학부모 생활에 대한 소감 한 마디 부탁합니다.
"학교의 교육철학과 방침에 따른 생활의 변화를 가정에서도 이어가야 합니다. 방학 때나 월 1회 집으로 다녀오는 기간에도 학교에서의 생활리듬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요.

일반학교를 방문할 때와 달리 작은학교의 부모님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와 학교행사나 일정에 기꺼이 동참합니다. 집에서 가까운 학교도 아니고 한번 다녀오는데 돈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언제나 이곳을 그리워합니다."

-일반학교 아이를 보낼 때와 차이점은 무엇인가?
"작은학교는 모두가 직접 찾아옵니다. 자기가 직접 선택한 학교이기에 만족이 큽니다. 기대에 크게 어긋나지도 않아 더욱 그렇습니다. 일반학교와는 많이 다릅니다. 우선 학교나 선생님에 대한 에 대한 인식의 다릅니다. 큰 믿음이 있습니다. 일반학교에 보내놓고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탁 놓고 지내기에 편합니다.

아이들도 학교라는 곳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가 바로 작은학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것을 자율성에 맡기고 있으며,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간의 사랑과 신뢰가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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