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민 생활안정자금 '그림의 떡'

행정기관의 책임회피성 추천과 주무은행의 까다로운 규정 때문

등록 2004.01.29 14:53수정 2004.01.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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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민 생활안정자금 대출지원 조건이 까다로워 국민기초생활 수급자가 대출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주시의 책임회피성 추천과 주무은행의 까다로운 규정 때문이다.

제주시는 국민기초생활 수급대상자인 영세민의 자활능력을 높여주기 위해 저리의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최고 1500만원 안팎의 생활안정자금은 연리 3%에 지원된다.

제주시는 지난해의 경우 추경예산을 합쳐 4억5000만원의 생활안정자금을 확보하고 37건 3억9600만원을 융자 추천했다.

하지만 주무은행이 영세민들의 신용상태를 점검하고 보증인을 내세우게 하는 등 까다로운 대출심사를 벌이며 제주시로부터 융자추천을 받고도 생활안정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영세민이 늘고 있다.

제주은행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제주시로부터 37건을 융자 추천받아 24건 3억1900만원을 대출해줬다. 생활안정자금 신청 영세민 1인당 평균 1329만원을 대출받은 셈이다. 반면 13명은 대출심사과정을 통과하지 못하여 생활안정자금을 지원받지 못했다.

사실상 하루 벌어 하루를 나는 영세민의 열악한 재정조건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제주시는 지난해 자금지원 신청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여 당초예산 2억5000만원보다 2억원이나 생활안정자금을 확대했다.

지원규모만 놓고 보면 상당히 증액됐다. 대출신청 항목도 소규모 가게 임대차나 학자금 등의 목적이 주종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초 제주시 관계자가 "융자 추천을 받은 영세민은 거의 모두가 대출받고 있다"고 언급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다.

융자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던 한 영세민은 "자치단체가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전세자금이나 소규모 창업자금 혜택을 주는 것처럼 홍보는 벌이면서도 정작 영세민이 융자를 받으려면 온갖 보증절차나 서류를 요구하여 대출받기란 하늘에 별따기에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제주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을 보며 대출을 해줘야 하는데 영세민들의 경우 이자와 원금 갚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 영세민생활안정자금이라 하더라도 무작정 지원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제주은행도 영세민생활안정자금을 대출하고 이윤을 보지는 않는 것으로 해석됐다. 3%의 이자 가운데 2%를 제주시에 돌려주고 나머지 1% 갖고는 충당금을 적립하고 나면 오히려 적자나 다름없다.


결국 영세민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제주시가 생활안정자금 신청 영세민에게 융자추천을 해줬다가 대출을 받지 못하고 허탈해하는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만 늘린 셈이다. 이에 제주시가 무담보 신용능력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영세민들이 생활안정자금을 보다 수월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제주타임스 1월30일자에 게재될 원고입니다.

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제주타임스 1월30일자에 게재될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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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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