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람들
기자가 경남 마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1987년. 등교길에 야간작업을 마치고 충혈된 눈의 피곤한 발걸음으로 기숙사로 돌아가던 수출자유지역 여공들을 만나곤 했다.
우리들이 거리낌없이 '공순이'라 비하해 부르던 기자 또래의 여성노동자가 한달 내내 잔업과 철야를 해내야만 겨우 8만원 남짓의 월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들의 20일치 임금을 용돈으로 쓰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던 기억이 있다.
르포 작가 박수정의 <숨겨진 한국여성의 역사>(아름다운사람들)는 바로 이 '공순이'들이 어떤 투쟁과 몸부림을 통해 '여성노동자'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를 조목조목 기록하고 있다. '노동조합=빨갱이'라는 등식이 일반적이던 1970년대. 노동자와 여성이라는 이중의 억압구조를 깨고 척박한 이 땅에 민주노조운동의 씨를 뿌린 5명의 여성노동자. 책은 이들의 삶을 밀착추적 한다.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 이총각씨와 YH무역 노조위원장이었던 최순영씨, 전 원풍모방 노조부위원장 박순희씨,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이철순 위원장, 전남제사 노조위원장을 지낸 정향자씨 등 5명 선각자의 삶은 한국의 현대사가 노동자, 특히 여성노동자에게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숨김없이 보여준다.
저자는 이들의 삶을 따라가며 공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사연, 노동자임을 자각하게되는 계기, 의식의 성장사 등을 꼼꼼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 속에는 여성노동자를 향한 똥물투척사건, 신민당사 점거사건, 원풍모방 사태 등 1970년대 한국 노동운동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서울여성노동자회 황현숙 부회장은 "온갖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인간의 소중함을 가슴에 품고, 그 소중함을 가꾸어내기 위해 서로의 어깨를 걸고 몸과 피로써 일구어낸 발자취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자랑스런 여성노동자의 살아있는 역사"라는 말로 책의 출간의미를 평가했다.
만인보 완간 개정판 1.2.3 - 만인보 완간 개정판 전집 1
고은 지음,
창비, 2010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유하기
'공순이'에서 '여성노동자'로... 이주의 새 책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