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선포에서 배를 기다리며. <오마이뉴스>에 올릴 것이라고 하자 포즈가 달라진다.느릿느릿 박철
어제(29일) 우리 교회 중등부 학생들과 함께 문화체험 프로그램의 하나로 뭍에 나가 영화를 보고 왔다. 섬에서 살다보니 대형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쉽지 않다.
교회 마당에 모여 승합차를 타고 배 터에 도착했더니 배가 ‘부웅’하고 떠나는 것이었다. 1분만 일찍 도착 했어도 배를 탈 수 있었을 텐데, 배 시간표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이럴 경우에는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하니 신나서 쉬지 않고 떠든다. 평소 얌전하던 애들도 한데 모아놓으면 수다쟁이가 된다.
겨울철이면 물때에 걸려 골이 깊은 곳으로 배가 돌아야 하고 평소 운항시간보다 3배 이상 걸린다. 겨울철에는 일몰 시간도 빨라지고 물때에도 걸려 막배 시간이 오후 4시 30분으로 앞당겨진다. 그러니 뭍에 나가 영화 한편 보고 점심 먹고 오면 딱이다. 다행히 얼마 기다리지 않아 배가 도착했다. 아이들이 좋아서 환호성을 지른다.
차 안은 아이들 떠드는 소리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얼마나 시끄럽든지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젊음이 좋긴 좋다. 차 안에서 아이들의 얘깃거리는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요즘은 영화관이 캐비닛처럼 한 건물에 대 여섯 개씩 들어서서 자기 취향대로 골라 보면 된다.
어떤 애들은 ‘실미도’를 보겠다고 하고, 어떤 애들은 ‘말죽거리 잔혹사’나 ‘내 사랑 싸가지’를 보겠다고 한다.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한 건물 안에 개봉관이 대 여섯 개씩 들어서서 영화도 TV채널처럼 선택해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