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여름에 찍은 사진으로 직경 15cm, 깊이 15cm 정도의 구멍들이 100 여개 산재 해 있다.이재은
'백마산'
이 고유명사는 우리나라의 여러 곳에서 지명으로 사용된다. 그 이름이 풍기는 뉘앙스 때문에 아마도 예사롭지 않은 내력을 가진 지명일 것 같은데, 이곳의 백마산은 그리 알려지지도 않은, 더구나 주변 사람들마저도 잘 알지 못하는 그런 산이다.
높이가 262m인 이 산은 경남 산청군 신안면 중촌리에 위치하고 지리산맥의 동쪽 끝자락임을 알리는 강, 경호강 가에 우뚝 서 있다. 남으로 십여 km를 내려가면 진주시가 있고 서쪽으로 그만큼 가면 바로 지리산의 주봉이 있는 곳이다. 강가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산세가 가파라서인지 낮은 높이임에도 불구하고 '우뚝' 서 있다는 표현이 제격에 딱 맞다.
국도 3호선이 이 산 바로 밑을 지나는데 산 어귀 작은 마을에 차를 대고 산을 오르다 보면 작은 암자 앞에 안내판이 나오는데, 백마산의 내력을 전하고 있다.
"임진왜란시 의병들이 백마산성에 고립. 한여름 가뭄이 심한 때 백마산성에서 왜병에 포위되었는데 여러 마리의 말 등에 쌀가마를 계속 쏟아 부으니 밑에 있는 왜병들의 귀에는 마치 산 위에서 물 흐르는 소리로 들려 물이 고갈되면 항복할 것을 기대했던 왜병들은 십여 일의 포위망을 풀고…"
이 산은 3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다. 남쪽의 산길을 따라 성안으로 들어서면 평평하고 넓은 성터가 나오는데 둘레가 1km쯤 되는 작은 산성이다. 시대를 달리하는 수많은 기와·토기 파편들이 널려있고 성루, 건물터, 창고터, 해자, 연못터 등 성안에 자라는 소나무를 다 베어내면 지금이라도 당시의 요새가 살아날 것 같은 그런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