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자켓은 아예 사무실에 비치해놓는다.이수정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그는 이색적인 차림을 선보였다. 정장 차림에 잠바를 걸쳐 입고, 운동화까지 챙겨 신은 모습이 영락없는 ‘자전거 신사’였다. 사무실에 준비해 둔 두 벌의 양복 자켓은 순전히 ‘사무실 용’이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집을 나설 때 눈이나 비가 오더라도 문제되지 않는다. 23년간의 노하우로 한손에는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은 핸들을 잡고 여유롭게 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오래 타다보니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돼 있어서 사고 날 위험은 없지요.”
그런 그에게도 단 한번의 사고가 있었다. 골목길에서 자동차와 추돌사고가 있었던 것이다. 자전거는 바퀴가 펑크났고, 타박상을 입은 사고였다.
“자전거가 망가져서 걸어서 출근을 했는데, 당시 학생이었던 운전자가 자전거포에 맡겨 수리를 해 주었습니다. 만약 자동차였다면 수리비용도 엄청났겠지만 제 차는 단돈 5000원에 해결됐지요.”
그의 사고 소식을 접한 주변에서는 ‘왜 그냥 보냈냐’며 성화였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조그만 타박상은 금세 나았고, 자전거는 수리해 다시 타면 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