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호법페지를 호소하는 가출소자 모임 대표 조석영씨김덕진
국내 25개 인권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사회보호법폐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월 4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본청 기자회견실에서 사회보호법 폐지를 촉구하는 사회 원로 및 대표 312인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최병모 민변 회장은 여는 말에서 "사회보호법은 전두환 군사정권이 자신들의 정권을 미화시키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과 폭력으로 죽어가게 한 삼청교육대를 유지시키기 위해 급조해 만든 법으로서, 이 시대의 대표적인 반인권악법"이라며, "형법에서 정한 형벌을 다 마친 사람들을 단지 재범의 이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가두어 두는 것은 명백한 이중처벌이기에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정범구 의원(민주당)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본인이 소개의원이 되어 청송보호감호소 가출소자 317명이 서명한 '사회보호법 폐지에 관한 국회청원'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특히 "사회보호법 같은 악법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은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16대 국회안에서 이 법의 폐지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찬운 변호사(사회보호법폐지공대위 집행위원장)는 경과보고를 통해 지난 1년 동안의 노력들을 열거하며, 6차례에 걸친 청송감호소 피보호감호자들(이하 감호자)의 단식농성, 감호자 613인의 집단 헌법소원, 법률가 177인 선언, 활동가 517명 선언 등을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또한 "노력의 성과들로 국회에 3개의 사회보호법 폐지법안이 계류중에 있으며, 대한변협, 한나라당 인권위원회의 폐지 의견이 발표되었으며, 지난 1월 13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와 법무부에 이 법안의 폐지를 권고하기까지 했다"고 보고했다.
장유식 변호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조석영 대표(청송보호감호소폐지를염원하는가출소자모임)의 호소, 박덕신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회장)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기자회견문 낭독에 나선 황상익 서울대 교수(교수노조 위원장)는 312인이라는 숫자보다, 이 선언에 참여한 원로와 대표들이 누구인가 살펴보자며, “오랜 시간 이 땅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살아온 분들을 모두 이 선언에 동참 하였다"면서, "국회는 이러한 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박상증 목사(참여연대 공동대표), 함세웅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박덕신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회장), 김세균 서울대 교수(민중연대 공동대표), 황상익 서울대 교수(교수노조 위원장), 조순덕 상임의장(민가협), 황필규 목사(KNCC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정상덕 교무(원불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김정렬 소장(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창수 대표(새사회연대) 등 원로 및 인사 20여명과 인권단체 활동가 10여명, 청송감호소 가출소자 10여명 등 50여명이 기자회견실을 가득 메운 채 진행되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 후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면담하고 각 당에 큰 이견이 없는 사회보호법 폐지 법안의 통과를 위해 당 차원에서 나서달라는 부탁을 하고, 김기춘(한나라당) 국회 법제사법위 위원장을 만나 사회보호법 폐지 의견서를 전달하고 법사위에서 하루속히 이 법안을 통과시켜 본회의에 상정 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청송 제2보호감호소의 감호자 250 여명은 지난 2일 정오부터 6번째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 | 원로 및 인사 선언문 전문 | | | | 사회보호법 폐지를 촉구하는 사회 원로 및 대표, 인사 312인 선언 “16대 국회는 당장 반인권 악법 사회보호법을 폐지하라!”
국회의 결단을 촉구하며 청송감호소 피보호감호자들이 또 다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피감호자들의 단식농성은 2002년 4월 시작된 이래 모두 여섯 번째이다. 우리 역시 지난 24년간 되풀이되어 온 사회보호법의 인권유린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어야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오늘 선언을 발표한다.
우리는 이 땅에 정의와 양심, 그리고 인권은 변할 수 없는 영구한 가치라 믿으며 지난 24년 동안 국가에 의해 자행되어온 ‘합법적 폭력’, 사회보호법상의 보호감호제도의 조속한 폐지를 촉구한다. 우리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호감호제도는 본질적으로 반인권적 제도이다.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 제도는 사회복귀를 촉진한다는 명분 아래 이른바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재범의 위험성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이유로 형사책임이 종료된 자를 사회로부터 격리, 인신을 구속하고 시설에 감금해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이는 개인에 대한 국가의 폭력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심대하게 해치는 반인권적 행위이며 동시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헌법의 이념에 반한다. 또한 이미 처벌받은 행위를 사유로 거듭처벌하고 그 내용 역시 행형과 다름이 없는 보호감호제도는 명백한 이중형벌이다.
둘째, 사회보호법은 반인권적 발상에서 제정된 법이다. 보호감호의 근거법인 ‘사회보호법’은 삼청교육을 합법화하기 위한 전두환의 작품이었다. 198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는 불법적인 권력찬탈에 대한 비난을 무마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삼청교육대를 만들었으며 이의 만료시한이 다가오면서 교육생들의 사회복귀를 차단하기 위해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혁명위원회를 통해 이 법을 제정했다.
따라서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제도는 피감호자들의 재사회화에 역점을 둔 것이 아니라 그완 정반대로 그들의 사회적 격리와 억압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역시 그 활동보고서를 통해 “보호감호제를 폐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세째, 보호감호의 집행은 반인권적이며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정부와 보호감호 존치론자들은 보호감호가 형벌과는 다른 독자적 의의를 가진 사회보호적 처분인 데다가 처우 역시 교도소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실상을 왜곡하는 것에 불과하다. 감호를 집행하는 시설도, 사람도, 그리고 감호의 내용을 규정을 규정하는 법도 모두 행형의 내용과 동일하다.
이러한 생활 하에서 피감호자들은 출소 후 밥벌이에 도움이 못되는 노동에 8시간 이상을 바치고도 하루 평균 1900원의 돈을 손에 쥘 뿐이다. 그렇게 번 돈으로 비누, 치약, 속옷도 사야하고 아프기라도 하면 치료도 받아야한다. 결국 길고 긴 사회와의 격리 끝에 빈손으로 맞게 되는 것은 ‘재범의 예방’이라는 목적과는 달리 ‘사회적응력의 제거’이며, 장기 구금을 통한 가족의 해체이다.
덧붙여 보호감호제도의 본질은 결코 이 사회와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지 않다. 지난 23년 간 보호감호제도의 적용을 받은 사람들의 대다수는 ‘빈곤범죄’라 불리는 절도범이었다. 이러한 범죄의 원인과 책임은 상당 부분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 격차 등의 사회정책적 노력을 통해 해결돼야할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보호감호제도는 개인에게 이 모든 범죄의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
따라서 보호감호제도는 시작부터 불평등하고 비틀린 사회에 태어나 언제든 ‘범죄자’의 낙인이 찍힐 가능성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대다수의 빈곤층 국민들을 위협하기 위한 장치이며, 또한 ‘범죄자’라 낙인찍힌 이들을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한 제도에 지나지 않다.
우리는 사회보호법이 반인권적 제도임을 확신하며, 또한 이 법이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강조하고자 한다. 이는 사회보호법이 시행되어온 지난 24년 동안의 과정에서 충분히 확인되었으며,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신체를 볼모 삼아 국가의 통치수단을 정당화하려했던 역사적 과오는 단 한순간도 더 지속되어선 안 된다. 그리고 이는 지난 1년 동안 쉼없는 논쟁을 통해 “사회보호법 폐지”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재 보호감호의 대상자들이 그 폐지를 요구하고 있고, 모든 인권단체가 그 폐지를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형사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와 법률가, 그리고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의 구분 없이 폐지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최근 보호감호제도의 폐지를 전원일치로 의결하였다. 나아가 제도의 존폐를 결정하는 국회의원들은 어떠한가? 이미 한나라당과 열린 우리당이 당론으로 그 폐지를 결정하였고 3개의 폐지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이제 우리의 국회에서 이를 최종적으로 의결하는 일만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가 정쟁과 선거에 매몰되면서 사회보호법 폐지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될 위험에 처해있다. 16대 국회의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국회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어영부영 시간을 흘러보낼 경우 사회보호법은 또 다시 그 질긴 생명을 이어갈 수밖에 없으며, 사회보호법폐지를 위해 들여왔던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인권과 정의 그리고 역사의 이름으로 사회보호법의 폐지를 촉구한다. 국회는 사회보호법 폐지에 즉각 나서라! 그렇지 않는다면 역사의 준엄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2004년 2월 4일 사회보호법 폐지를 촉구하는 사회 원로 및 대표, 인사 312인 일동 | | | | |
덧붙이는 글 | 김덕진 기자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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