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김치 안주장승현
하루는 아내와 퇴근할 때 그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난 갑자기 목이 마르고 텁텁하니 막걸리가 마시고 싶어졌다. 나는 운전하는 아내한테 갑자기 차를 세우라고 했다. 영문을 모르는 아내는 그 술집 근처에서 차를 세우고 날 기다렸다. 나는 그 술집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그 술집 문을 열어 젖혔다.
"아줌마, 막걸리 한잔 주세요."
그러면서 천 원짜리 지폐를 한 장 디밀었다. 아주머니는 한 말짜리 막걸리 통을 쥐고 흔들더니 큰 대접에 하얀 통막걸리를 한 잔 따라주었다. 그때의 막걸리 맛은 정말 꿀맛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그리고는 손으로 입을 닦고 아내에게 가 모르는 척을 하고 집에 가자고 했다. 설마 그 대낮에 막걸리 한 잔 마시러 그렇게 달려간 줄 알았으면 같이 안 산다고 난리쳤을 것이다.
내 주변에는 술꾼들이 많이 있다. 술꾼의 자격은 우선 막걸리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야 한다. 그리고 주식이 소주여야 하고, 맥주는 제정신일 때는 거의 마시지 않는 게 술꾼들의 철칙이다. 그리고 양주는 거의 마실 기회가 없어야 진정한 술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난 조치원이라는 작은 읍내에서도 잘 가는 막걸리집이 몇 군데 있다. 역전 근처에 있는 막걸리집과 유일하게 전라도 음식인 삭힌 홍어회를 파는 식당, 그리고 요 근래 개발한 이곳이었다. 삭힌 홍어회는 백 퍼센트 가짜 같은데 그래도 이런 시골 구석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고기라도 있다는 게 천만 다행이었다.
막걸리는 다 좋은 데 하나 정말 안 좋은 게 있다. 막걸리로 시작하면 기본이 3가지 정도를 짬뽕하고 심하면 4가지를 짬뽕해서 그 다음날은 거의 죽는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왜냐하면 소주로 시작하면 소주로 끝나는 일이 많지만 보통 막걸리로 시작하면 2차는 분명 소주고 그 다음은 맥주, 소주, 양주 뭐 이렇게 나가는 게 보통이다. 처음에 소주로 시작해서 막걸리로 끝내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본의 아니게 술을 끊게 됐다. 병원에 입원해 2주 동안 수술을 세 번이나 하고 퇴원 후 약물 치료를 계속하는 바람에 술을 안 마시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술을 얼마나 많이 마셨나를 입원하는 날 간호사와의 대화에서 새삼 느끼게 된 것이었다.
"술을 마십니까?"
"예에."
"주량이 얼마나 되시는데요?"
"글쎄요. 소주 한 병 정도요."
나는 소주 두 병이라고 이야기하려다 좀 창피하기도 하고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소주 한 병으로 거짓말을 했다.
"일주일에 몇 번이나 마시는데요?"
"매일 마시지요."
"아니 매일 소주 한 병씩을 마신다고요?"
간호사는 기겁을 하고 놀라는 눈치였다. 난 보통 이 정도면 많이 마시는 술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간호사의 반응을 보니 놀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난 술을 매일 마시는 편이다. 보통 모임이나 친구들하고 어울려서 마시는데 마셨다 하면 소주 두 병은 기본이고, 대부분 2차를 가면 맥주로 입가심 하는 게 일반적이 술좌석이었다.
그리고 남들은 기분이 나쁘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신다고들 하는데 난 기분 나쁠 때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그리고 집에서 혼자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모임이 없을 때는 술 생각이 전혀 나지 않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아예 술을 잊고 살기도 한다. 이 정도면 술 중독이 아닌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마시는 양을 보면 중독자보다도 더 많은 편이다.
난 사람을 많이도 만난다. 모임이 많기도 하고, 친구들도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그리고 정말 술꾼들은 서로를 알아본다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술 생각이 나면 으fp 내 생각을 하고 전화를 한다. 그런 친구들이 주기적으로 몇 팀이 있다. 이런 친구들 때문에 술을 거의 매일 마시게 된다.
그래서 가끔 가다 소식이 뜸하거나 연락이 없으면 ‘아, 오늘쯤은 술 마시자고 전화가 올 텐데, 오늘은 이 친구하고 술 한 잔 마실 때가 되었는데’ 하면 여지없이 연락이 오거나 내가 연락을 하게 된다. 조치원이라는 읍내가 아주 작은 소도시라 여기저기 식당이나 술집에 들어가다 보면 한두 차례 꼭 아는 사람 만나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다가 또 어울리고 권커니 자커니 하다 보면 또 곤드레 만드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