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종호
경남 창녕 출신인 홍준표 의원은 어렸을 때부터 밥을 정말 많이 굶었다고 했다. 지금도 겨울이면 몸피에 비해 낡고 헐거워 보이는 허름한 바바리코트를 즐겨 입고 다니지만, 대학 다닐 때 몸무게는 46㎏였다.
자신이 못 먹고 못 입고 자라서 그런지, 고려대 법대생이었던 '촌놈' 홍준표는 학교 근처의 K은행 지점에 갔다가 거기서 몸무게가 55㎏쯤 되는 통통하고 예쁜 여행원에게 첫눈에 반해 4년 동안 물불 안가리는 연애를 하게 된다. 그때부터 거악(巨惡)이라는 이름의 풍차에 물불 안가리고 달겨드는 '돈키호테' 기질이 있었던 셈이다.
그는 경남 창녕 출신이지만 군생활(방위)을 전북 부안 줄포에서 했다. 그 사연 또한 돈키호테답게 재미있다. 법대생 홍준표의 마음을 빼앗은 여행원은 부안 줄포 출신으로 군산여상을 나와 당시 K은행에 근무하고 있었다. 지금은 홍 의원의 장인이 된 이 여행원의 부친은 당시 부안의 수협조합장이었다.
그런 장인의 눈에 비쩍 말라빠진 경상도 남자가 눈에 찰리 없었다. 법대생 홍준표가 장인에게 결혼 승낙을 받으러 갔는데 '영감탱이'가 반대했다(홍 의원은 그때의 서운한 감정을 지우지 못해서 지금도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부른다). 그뿐이 아니었다. 장인은 딸한테 "그놈이 고시(사법시험)를 합격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까지 '악담'을 했다.
그러나 그 말에 기죽을 홍준표가 아니었다. 마침 군대를 다녀와야 할 형편이었던 법대생 홍준표는 아예 주소지를 부안 줄포로 옮겨 거기에서 방위생활을 했다. 고시 공부하는 처지에 현역 3년은 너무 부담스러웠다. 마침 '처가' 동네는 해안가였기 때문에 방위 T.O가 많았고, 시력이 0.5에 키 169㎝ 몸무게가 46㎏밖에 안되는 '부실남'이었기에 4급(방위) 판정은 무난했다(그에게는 언젠가 사석에서 '굉장히 말랐었네요'라고 하자 "웬걸, 179㎝에 45㎏도 있는데…"라고 받아넘길 만큼 위트가 넘치는 면도 있다).
"집 한 채 사주겠다" 장인 '회유' 거절하고 지하 단칸 셋방에서 시작
정식으로 혼인은 안했지만 당시는 처갓집 말뚝만 봐도 절하고 싶은 심정이었기에 줄포에서의 방위생활은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기였다. 그리고 방위생활을 마친 홍준표는 보란 듯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러자 그렇게 사위를 구박했던 장인은 딸에게 "그동안 내가 홍 서방한테 잘못했다"면서 "집을 한 채 사주겠다"고 '회유'했지만,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장인의 구박이 가슴에 박힌 사법연수원생 홍준표는 장인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리고 신림동의 지하 단칸 셋방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똥고집'을 묵묵히 따라준 집사람이 지금도 고마울 뿐이다. 법대생 홍준표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할 때 두가지 약속을 했다. 하나는 밤 11시 전에 들어오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딴 여자에게 한눈 팔지 않겠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언젠가 사석에서 "내 결혼한 지 24년째인데, 그 약속을 지키며 삽니다"고 은연중에 자신의 '청교도적인 삶'을 자랑했다. 그는 그것이 고시 공부할 때 한 4년간 고생하고, 검사 11년 할 때 10번 이상 이삿짐을 싼 조강지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 마누라는 정윤희하고 거의 빼어 닮았다"고 '팔불출' 아내 자랑을 빼놓지 않는다.
비교적 청빈한 검사였던 홍준표의 검찰 생활 10여년은 드라마 <모래시계>에 잘 녹아 있다. 그가 <모래시계>의 주인공인 '강우석 검사'의 실제 모델이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