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지하철 6호선 프리드리히역강구섭
통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중심가에 있는 지하철역입니다.
통일 이후 베를린으로 수도를 옮겨 오면서 지금은 베를린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지만 분단시절에는 동베를린에 속해 있던 역이기도 합니다.
분단 시절 베를린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운행하던 서베를린의 지하철 6호선(U6)은 동베를린 지역에 해당하던 프리드리히 역을 거쳐야 했는데 정차는 하지 못하고 그냥 통과만 했다고 합니다.
동 서독이 분단되고, 동, 서 베를린도 장벽으로 갈라지면서 생긴지 100년이 넘은 베를린 지하철도 그것을 비켜갈 수는 없었지만 컴컴한 역사 건물이라도 지나갈 수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종종 프리드리히 역을 지나갈 때면 지하철이 하루에도 수십 차례 이상 인적 없이 텅 비어있는 역사를 빠르게 지나갔을 것을 상상합니다.
이제는 옛 이야기로 남아있는 그 부자연스러웠던 시간이 우리에게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에 생각이 이르면 늘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몇 년 전 유학생활을 시작하며 새삼 뼈저리게 느꼈던 것 중의 하나는 남한이 반도국가라고 하지만 섬이나 다름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육로를 이용해 국경을 넘어본 적은 없지만 이제는 막힘이 없는 독일의 상황을 보며 다른 나라에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든 배를 타든 물을 건너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이 피부에 와 닿았던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삼 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대륙과 해양 양쪽으로 진출이 용이하다고 배웠지만 아직까지는 그것이 그저 역사 이야기일 뿐이니까요.
그래도 그간의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다른 나라를 경유해 북한에 가야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육로, 해로를 통해 비록 제한된 공간이나마 북쪽 땅을 밟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크고 작은 만남을 통해 그들이 언젠가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우리 안에 조금씩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다소 성급한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땅이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여전히 부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 근, 현대사의 슬픈 기억 속에서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세대들에게 더 이상 그 아픔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새해가 되었고 올해에도 여러 가지 많은 일들과 만남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제는 그런 일들이 조금씩 일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크고 작은 만남들이 직접 참여하는 이들에게나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남과 북이 하나였고 또 언젠가는 다시 하나가 될 것임을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만남 자체를 넘어 어떻게 남과 북이 더 나은 삶의 환경 속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이 우리 안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의 정세가 그리 순탄한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 안에 더 하나 된 모습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 한해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우리 안에 있는 분단의 자연스러움이 지난 시간보다 조금은 더 부자연스러움으로 느껴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반만년 역사 속에서 50여년에 지나지 않는 분단의 역사는 우리에게 결코 자연스러운 것일 수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 안에 있는 분단의 부자연스러움을 걷어내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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