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먼저 잠이 든 작은 아이(왼쪽)와 호언장담은 했지만 아직은 혼자 자기 무서워하는 큰 아이(오른쪽).유성호
그러다가 자겠거니 하고 있는 데 큰 아이는 어느새 거실 소파에 있는 엄마 옆구리를 비집고 들어갑니다. 자기가 잠들면 데려다 눕히면 되지 않느냐는 영악함으로 아내와 저의 말문을 막습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재워 달라고 우리 부부를 꼬드깁니다. 그러는 사이 작은 아이는 어느새 홀로 잠이 들었습니다.
재워달라고 보채던 큰 아이도 어느덧 소파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사실 큰 아이는 눈물을 찔끔거리며 재워달라고 읍소(?)를 했습니다. 큰 아이는 매일 밤마다 "오늘만 재워달라고 할거야"라며 입술에 침도 안바르고 엄마 아빠 품에 안깁니다. 큰 아이를 들어 침대 윗칸에 누입니다. 아이들이 나란히 누워 잠자는 모습을 보니 고슴도치 아빠 같은 생각이 듭니다.
문을 닫으려니 한밤중에 오줌누러 잘 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전례로 봐서 자다 일어나 비몽사몽 헤매다가 적당한 곳에 나 몰라라 실례(?)나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문닫기가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한번은 자다가 부시시 일어나는 큰 아이가 어찌하나 지켜 본 적이 있는데, 장롱 문을 열고 '서서 쏴'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고 기겁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어차피 한번은 거쳐야할 통과의례라는 생각에 아이들의 초야를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살며시 문을 닫습니다. 내일 아침 일어나 의기양양할 아이들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작은 아이보다 큰 아이가 분명히 더 큰 목소리로 떠벌릴 것입니다.
"아빠, 나 혼자 잤다. 나 이제 다 컸다. 나 어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