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창피해"유성호
생김새와 성격은 단단하지만 몸집은 또래에 비해 작아서 '돌콩이'라고 불리는 우리집 작은 아이. 이 녀석이 하루는 전라의 몸으로 집안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야들야들 섹시한(?) 몸매를 가진 녀석이 비록 집안이지만 엄동에 홀랑 벗고 쏘다니니 행여 감기가 들까 걱정스런 눈으로 봅니다.
휴일이라 바깥 바람을 쐬러 나가기 위해 씻기려고 옷을 벗기는 도중에 잠시 물을 잠그고 온 사이 녀석이 행방불명됐습니다. "요 녀석 어디로 갔니?"하며 이방 저방 찾는데 녀석은 어느새 작은 방 컴퓨터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서있습니다.
녀석은 요즘 컴퓨터에 맛을 들여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유아용 사이트를 제집 드나들 듯 들락거립니다. 아직 한글을 몰라 자판 두드리는 것은 무리지만 마우스는 제법 잘 다룹니다. 마우스 크기가 제 손보다 큰데도 말입니다.
"뭐해 씻지 않고?"
"나 오늘 컴퓨터 많이 안 했어! 조금 했단 말이야."
이 말은 작은 아이가 컴퓨터를 쓰기 위해 매일 써먹는 레퍼토리로 듣고 있자면 가끔 기가 막힐 때가 있습니다. 어린 녀석이 벌써 컴퓨터에 빠져 가지고 아빠와 쟁탈전을 벌이고 있으니 앞날이 걱정입니다.
양떼 몰 듯 작은 아이를 컴퓨터 방에서 몰아내 화장실로 향하는데 녀석이 미꾸라지처럼 쏙 빠져나갑니다. 그러고는 거실에 풀썩 주저앉습니다. 베란다로 내리쬐는 겨울 한낮의 볕이 따뜻했던 모양입니다. 녀석은 양지 바른 곳에 앉아 뭔가를 만지작거립니다. 그러면서 "아, 따뜻해!"라며 온기에 대한 감사의 뜻인 양 감탄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