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들이 가출을 한다고 생각하세요?

가출 청소년도 사랑으로 감싸안는 청소년 쉼터

등록 2004.02.09 10:27수정 2004.02.09 14:31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청소년 쉼터의 가족들. 상담 교사와 학생들.
청소년 쉼터의 가족들. 상담 교사와 학생들.이수정
“아이들이 왜 가출을 한다고 생각하세요? 어려운 가정 형편이나 가족과의 갈등, 청소년기의 반항심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가출을 하는 아이들을 몇 가지 이유로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내면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먼저 필요합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집을 나온 아이들이 있다. 사회에서는 ‘가출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부르지만 이들이 마음 편히 찾아갈 곳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청소년을 환대하며 바른 길로 인도해 주는 곳이 있다. 대전광역시 청소년 쉼터(원장 윤현영)가 바로 그곳이다. 청소년들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쉼터를 찾지만 쉼터 상담교사들은 지난 7년 동안 상담과 생활 지도를 통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지도해 오고 있다.

쉼터의 지나온 발자취를 찍은 사진들
쉼터의 지나온 발자취를 찍은 사진들이수정
지난 96년, 지역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작은 전세방으로 시작된 ‘나눔의 집’을 모태로 삼고 있는 쉼터의 초기 모습은 ‘공부방’이었다. 하지만 일부 청소년들이 임시 거처로 사용하면서 보호의 필요성을 느꼈고 ‘가출 청소년 쉼터’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던 것이 지난 98년, 광역시별 1개 청소년 쉼터 개소 정책에 따라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알림사항이 빼곡히 붙어있는 게시판
알림사항이 빼곡히 붙어있는 게시판이수정
쉼터에서는 토요일 주․야간 거리 상담, 여름 해변 상담, 각종 플래카드 등의 홍보 활동을 통해 집을 나온 청소년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로 돌아가 공부하고 있는 ‘복교생 재탈락 예방을 위한 추소지도 프로그램’과 학교에서 징계를 받은 청소년을 위한 ‘특별 교육’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현재 상주해 있는 상담 교사는 여자 쉼터와 남자 쉼터를 통틀어 모두 9명이다. 부모의 이혼이나 혼합 가정의 형태로 가족 구조가 손상돼 방황해 온 아이들 10명을 돌보고 있다. 아이들은 심리치료와 의료 서비스, 영화보기, 음식 만들기 등의 교육 프로그램에 동참함으로써 가정과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쉼터의 사무실 내부.
쉼터의 사무실 내부.이수정
청소년 쉼터는 꿈을 꾸고 있다. 1층엔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시설을, 2층엔 드롭 인(drop in) 프로그램으로 긴급 구난처를, 그리고 3층엔 그룹 홈의 형태를 갖춘 쉼터를 표방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외면 받지 않고 적응해 나갈 수 있는 마음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집을 그냥 나오지 않습니다”

내면에 숨겨진 분노와 억울함, 상실감은 행동으로 나타나지요. 개인의 성격에 따라 그것들의 표현 방식이 다른 것 뿐입니다. 누구나 화를 내지만 속으로 삼키는 사람도 있고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있듯 아이들의 가출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쉼터 교사들은 ‘문제아는 없다. 문제 가정이 있을 뿐. 집을 그냥 나오지는 않는다’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달이면 8일 이상의 숙직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삶을 전혀 다르게 변화 시킬 수 있는 쉼 없는 작업을 게을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미 팀장.
김영미 팀장.이수정
상황별(case by case) 상담을 하는 쉼터 교사들의 최대 난제는 ‘외출의 자율화’다. 한곳에 정착해 있는 것에 서툴러 “친구를 만나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훌쩍 떠나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예전의 불규칙하고 무절제했던 생활로 돌아가기에 교사들에겐 더 큰 근심거리가 된다.

“오랫동안 가출해 있는 청소년도 있지만 순간의 충동에 의해 가출을 한 아이도 있습니다. 이를 그냥 두면 가출이 장기화 되죠. 이럴 땐 집으로 연락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수년간 몸에 익혀온 생활 패턴을 바꾸어 주는 것 또한 교사들의 몫이다. 가출 후의 생활들을 집으로 돌아갔을 때에도 되풀이한다면 ‘가출’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부모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일까. 다년간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새로운 삶을 사는 아이들을 볼 때다.

“부모가 이혼을 하고 아빠와 살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엄마와 산 아이가 있었어요. 갈등이 굉장히 심했는데 고 2때 가출해 쉼터에 찾아왔지요. 쉼터에서 생활하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는데 잘 생활했고, 대학에까지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과 부딪히며 생활하는 교사들에게 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없으랴. 하지만 ‘저 아이가 과연 변할까?’라는 처음의 생각에 어느 순간 변화된 모습으로 서있는 청소년의 모습이 겹쳐지면 삶의 보람도 커진다.

“아이들만 변해서는 안됩니다. 가정과 학교, 사회가 변해야만 돌아간 아이들이 원활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변화된 아이를 받아줄 학교와 가정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교사들은 아이가 바뀌기 위해선 가정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재취업 유리하다는 자격증, 제가 도전해 따봤습니다 재취업 유리하다는 자격증, 제가 도전해 따봤습니다
  2. 2 윤 대통령 10%대 추락...여당 지지자들, 손 놨다 윤 대통령 10%대 추락...여당 지지자들, 손 놨다
  3. 3 보수 언론인도 우려한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도박' 보수 언론인도 우려한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도박'
  4. 4 세종대왕 초상화 그린 화가의 충격적 과거 세종대왕 초상화 그린 화가의 충격적 과거
  5. 5 윤 대통령 중도하차 "찬성" 58.3%-"반대" 31.1% 윤 대통령 중도하차 "찬성" 58.3%-"반대" 31.1%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