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덕골 장터에 녹아든 추억

등록 2004.02.09 13:51수정 2004.02.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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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즐겨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의 하나는 < TV 쇼 진품명품 >이다. 작은 골동품 항아리 하나에 수 천 만원을 호가하고 아무렇게나 흘려 쓴 것처럼 보이는 글씨 몇 점이 웬만한 아파트 값과 비슷하게 감정 받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그런데 정작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이유는 가끔씩 아주 희귀한 물건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우표라든지 얼핏 보아서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갖가지 생활 도구들을 보게 되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평소에는 그저 TV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그런 신기한 추억의 물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부산 구덕운동장 왼편 담벼락을 따라 인도에 조성된 구덕골 문화장터가 그곳이다.

1999년 5월에 처음 조성된 구덕골 문화장터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들어선다. 상설 전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들은 간이 천막을 펼쳐놓고 물건을 늘어놓는다.

장이 서는 시간도 정해진 것이 없다. 요즘 같은 겨울철이면 9시나 되어야 제대로 장이 섰다가 해가 어스름해지면 저절로 폐장이 된다. 장을 이루는 상인들도 평소에는 서른군데 정도 되지만 날이 좋거나 하면 그보다도 훨씬 많아진다.

취급하는 품목들도 굉장히 다양하다. 흔히 볼 수 있는 도자기나 고서화 말고도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많은 물건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격은 물건에 따라 천양지차를 보인다. 그러나 인심 좋은 아저씨만 잘 만나면 그다지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집에 어린 자녀가 있다면 한 번 쯤 나들이를 나서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홍지수
다리미가 독특하다. 전기다리미가 없던 시절에는 이 안에 숯을 넣어서 사용했다고 한다.
다리미가 독특하다. 전기다리미가 없던 시절에는 이 안에 숯을 넣어서 사용했다고 한다.홍지수
80년대 이전에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물건이다.한겨울 난로 위에 올려두고 먹었던 그 양은 도시락 맛은 잊을 수가 없다.
80년대 이전에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물건이다.한겨울 난로 위에 올려두고 먹었던 그 양은 도시락 맛은 잊을 수가 없다.홍지수
어머니가 딸에게 옛 물건들을 설명해 주고 있다.
어머니가 딸에게 옛 물건들을 설명해 주고 있다.홍지수
옛날에는 집집마다 '미싱'이 한 대 씩은 꼭 있었다. 발로 페달을 밟아서 돌아갔던 그 재봉틀로 만든 옷은,촌스럽지만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최고의 브랜드였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미싱'이 한 대 씩은 꼭 있었다. 발로 페달을 밟아서 돌아갔던 그 재봉틀로 만든 옷은,촌스럽지만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최고의 브랜드였다.홍지수
길거리표 부처님
길거리표 부처님홍지수
구덕골에서는 희귀한 레코드판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레코드 판을 파는 곳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구덕골에서는 희귀한 레코드판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레코드 판을 파는 곳을 찾아 볼 수가 없다.홍지수
축음기.20세기 여가산업의 선봉을 맡았던 축음기는 그 나팔모양의 울림통이 언제나 인상적이다.
축음기.20세기 여가산업의 선봉을 맡았던 축음기는 그 나팔모양의 울림통이 언제나 인상적이다.홍지수
주판과 기타 잡동사니. 초등학교 시절 수업시간에 '일원이요 이원이요'하며 주산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주판과 기타 잡동사니. 초등학교 시절 수업시간에 '일원이요 이원이요'하며 주산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홍지수
구덕골에서는 고문서나 고서화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진품명품에 나오는 것처럼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잘만 고르면 아름답고 멋들어진 그림들을 만날 수도 있다.
구덕골에서는 고문서나 고서화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진품명품에 나오는 것처럼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잘만 고르면 아름답고 멋들어진 그림들을 만날 수도 있다.홍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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