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제한 입법 초읽기

변협 공청회 참석자 대부분 국회법 개정안에 공감

등록 2004.02.09 18:32수정 2004.02.09 21:32
0
원고료로 응원
a 변협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에 관한 공청회 모습

변협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에 관한 공청회 모습 ⓒ 신종철

대한변호사협회가 9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 회관에서 개최한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에 관한 공청회에서 참석자 대부분이 단기적으로는 국회법 개정과 장기적으로는 헌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비리의원의 비호수단으로 악용·남용되고 있는 불체포 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불체포 특권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 입법청원은 어떤 형태로든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특히 변협 관계자도 공청회에 앞서 기자와 만나 “그 동안 논의된 내용과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 이 달 20일쯤 입법청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a 박재승 변협 회장이 인사말을 통해 불체포 특권 제한을 주장하고 있다

박재승 변협 회장이 인사말을 통해 불체포 특권 제한을 주장하고 있다 ⓒ 신종철

이날 박재승 변협 협회장은 “불체포 특권은 정부에 의한 불법·부당한 탄압을 방지하는데 목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의회와 행정부 관계라면 오히려 의원을 과잉보호하는 것이 되고, 형사·사법기능만을 저해하게 된다”며 “불체포 특권 행사의 정당한 한계를 국회법에 규정하고,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지체 없이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토록 강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협회장은 또 “국회는 체포동의안 처리에 있어 정부에 의한 탄압여부만을 심사할 권한만이 있으며 불구속 재판 여부는 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판단할 사항”이라며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려면 어떤 판단과 기준으로 부결시켰는지 이유를 밝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의 주요 발언 요지

김갑배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
이날 유일하게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갑배 법제 이사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면책 특권 뒤에 숨어서 행하는 무책임한 폭로와 명예훼손 행위를 방지하고, 건전한 정치발전을 위해서 면책 특권의 한계를 명확하게 정하는 입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법제이사는 “헌정사 이후 특히 15대 이후 국회는 불체포 특권을 내세워 무작정 국회를 열어 중대한 범죄를 범한 비리 의원들을 비호하거나 회기 만료로 폐기시키고, 합리적 이유도 없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형사사법집행을 방해하는 등 불체포 특권을 악용해 왔다”고 비난했다.


또 김 이사는 “헌법개정을 통해 불체포 특권을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명확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헌법상 불체포 특권을 인정한 정신에 맞도록 국회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를 정해 남용을 막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주요 골자는 ▲회기 중에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을 사유에 관한 심사기준을 정하고 ▲체포동의안과 석방요구안을 본회의에서 표결하기 전에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심사토록 하며 ▲의장은 윤리특별위의 심사보고가 있은 후 2일 안에 기명투표를 실시하고 ▲체포동의안을 제출 받은 후 7일 이내에 표결하지 않은 경우 동의한 것으로 보며 ▲부결시킨 경우라도 판사는 회기 종료 후 영장을 재발부할 수 있고, 부결을 이유로 영장이 기각된 경우 검찰은 회기 후 영장을 재청구토록 명문화하며 ▲비리 국회의원의 석방요구안 발의 정족수가 20인으로 너무 낮아 남용을 막기 위해 재적의원 4분의 1이상으로 상향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박찬운 변호사
토론자로 나온 박찬운 변호사는 “체포동의안이 국회의 심의권이나 의원의 국회 활동을 제한하려는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없다는 제한 규정을 국회법에 넣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불체포특권을 규정한 헌법 44조를 개정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체포동의안 처리 기간과 관련, 김갑배 법제 이사와 의견을 같이했다.

심재돈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
심재돈 검사는 “개인의 의견일 뿐 검찰 전체의 의견은 결코 아니다”라며 “불체포 특권은 국회의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라 의회제도를 보장하기 위해 인정된 의회의 특권이므로 의회 스스로 제정한 입법에 의해 내용과 절차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기 때문에 불체포 특권 제한 입법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심 검사는 또 “불체포 특권의 정당한 사유를 명시하고, 표결자체를 미루는 것은 매우 부당한 만큼 처리시한을 국회법에 규정해야 하며, 표결도 공개돼야 하지만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경우 회기 종료 후 영장을 재청구 할지 회기 중에 불구속기소 할지는 수사기관 재량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종인 열린우리당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변호사)
임종인 위원장은 “비리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재현되지 않고 방탄국회같은 소리가 더 이상 국민의 입에서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 기회에 불체포 특권은 국회 자체의 특권이지, 의원 개인의 직무비리를 비호하는 특권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했으면 한다”고 정치권을 향해 일갈했다.

임 위원장은 “제도개선 방법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중장기적 과제로 두고 단기간에 성과를 가시화하기 위해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체포동의안 제출 3일 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자동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기명투표로 전환해야 하며, 체포대상자는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만큼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유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변호사)
장유식 협동사무처장은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경우 검찰에게 영장재청구 의무를 부여하는 것보다 회기가 종료되면 법원 스스로 영장발부를 결정토록 하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승재 자유민주연합 법사 전문위원
정승재 법사 전문위원은 “변협에서 제기한 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 수수혐의에 대해 체포동의안 수용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고무적인 청원이라 평가된다”면서도 “다만 검찰의 일방적 결정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별도로 마련하는 차원에서 국회 법사위 의 사전심의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식 새천년민주당 법률구조자문단 부단장(변호사)
최영식 부단장은 “체포동의 요건을 규정하는 것은 불체포 특권을 인정한 입법취지를 무색케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체포동의안 찬반을 의원들 스스로 결정토록 하는 대신 방탄국회를 막기 위해 국회소집 여부를 무당적 의장의 판단에 맡기는 방법이 있다”며 “기명투표 제안 역시 국회법상 의원들의 신상문제에 과한한 무기명 비밀투표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변협이 각 정당과 법원·검찰에 토론자를 내 보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한나라당과 법원이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았다.

덧붙이는 글 | 법률일보 <무단전제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법률일보 <무단전제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2. 2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3. 3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4. 4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5. 5 대법원에서 '라임 술접대 검사 무죄' 뒤집혔다  대법원에서 '라임 술접대 검사 무죄' 뒤집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