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박철
나는 얼치기 농사꾼이지만 농사 중에 제일 어려운 농사가 참깨 농사라고 생각한다. 참깨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있으신 분은 알겠지만 참깨는 날씨가 바싹 가물어야 잘 된다. 참깨 씨가 아무리 잘 여물어도 수확기에 태풍이 지나가면 대가 약하여 다 쓰러지고 씨를 땅바닥에 다 쏟아버리게 된다. 다른 작물은 가물면 안 되지만 참깨는 날씨가 가물어야 제대로 수확할 수 있다. 그래서 대개 농부들은 참깨보다는 들깨를 많이 심는다.
물론 들깨보다 참깨 가격이 몇 곱절 더 비싸다. 참깨 농사가 어렵고 가격이 비싸기에 예전부터 참기름에는 가짜가 많았다. ‘참기름’하면 그만인 것을 ‘진짜 참기름’, ‘진짜 참 참 참기름’, ‘진짜 순 참기름’ 등 진짜를 강조한 것들은 대개가 가짜 참기름이라고 보면 된다.
요즘은 중국에서 들어온 참깨로 만든 ‘참기름’이 시중에 널리 유통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 고소한 맛이나 향이 국산 참기름을 따라오지 못한다. 그 냄새를 비교해 보면 아무리 냄새에 둔감한 사람도 알 수 있다.
예전에 강원도 정선에서 목회할 때이다. 정선은 나의 첫 목회지였다. 교회는 작지만 재밌게 지냈다. 한 1년쯤 지났을까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이아무개라는 여 집사가 있었는데 농한기에는 기름 장사를 하는 분이었다.
겉으로 보아서는 성격이 활달하고 싹싹하다. 이 분이 여러 해 전부터 농한기에는 기름 장사를 했는데 ‘이 아무개가 파는 기름은 전부 가짜’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어쩌다 정선 읍내에 나가던지, 다른 교회 신도들 만나면 넌지시 그 얘길 나한테 전해주는 것이다.
“전도사님요. 이 아무개 집사 있잖아요. 참기름이고, 들기름이고 전부 가짜래요. 절반 이상이 콩기름이고 거기에다 고소한 냄새나라고 뭘 섞는대요.”
그 얘기를 듣고 기분은 안 좋았지만 어떡하겠는가? 먹고 살겠다고 하는 일이니 불러다가 나무랄 수도 없고…. 그런데 소문은 그치지 않고 계속 되었다. 이아무개 집사가 정선 읍내에 있는 다른 교회 신도집을 찾아다니면서 아쉬운 소리를 하며 기름을 파는데 반드시 내 얘기를 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