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의 만남>의 진행자 팀 러서트(Tim Russert)강인규
앤비시(NBC)의 '언론과의 만남(Meet the Press)'의 진행자 팀 러서트는 한 시간동안 부시를 인터뷰하면서 이라크 전쟁 결정 과정 및 경제 정책의 문제점, 그리고 부시의 병역회피 혐의에 대해서 시종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더욱이 러서트는 부시가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면서 내세웠던 명분, 즉 이라크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소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그릇되거나 심지어 조작된 정보에 기반한 것이라면 이라크 전쟁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부시는 시종 "후세인은 미친 사람으로 위험한 인물이었다.", "미국에 의해 해방된 이라크는 세계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개입은 역사의 부름이었다"는 등의 논점을 벗어난 수사학으로 일관했다. 전쟁 결정 과정을 둘러싸고 확산돼 가고 있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출연했던 부시는 도리어 국민과 언론의 분노를 자아내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뉴욕타임즈>는 다음날 사설을 통해 이런 부시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호되게 비판했다.
"전쟁의 명분이 잘못된 정보에 기초하고 있었다는 밝혀진 후 일주일만에 부시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해명했지만, 그의 주장에서 설득력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서 분명히 드러난 게 한 가지 있다면, 그의 완벽한 자기합리화 능력 뿐이었다."
<뉴욕타임즈>는 일관성 없이 계속해서 말을 바꾸는 부시의 혼란스럽고 부정직한 태도를 다음과 같이 비난했다.
"현 상황에서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부시는 이 핵심적인 문제에 제대로 응수하려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사담 후세인이 '위험천만한 미친놈(dangerous madman)'이라는 주장만 되뇌었을 뿐이다. 그 '미친놈'이 대량학살 무기도 없이 미국에 어떻게 위협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은 채 말이다."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에 시종 '9·11 테러'로 답변하던 부시에 대해서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0일자 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부시는 자신의 잦은 말바꾸기에 대한 비판에 대해 '발언의 맥락'을 고려하라고 주문하지만) 그 '맥락'이란 부시가 유권자에게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싶은 어느 한 순간을 지칭하는 것일 터이다. '나는 지금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를 몰고 뛰어드는 그 험난한 시대의 대통령'이라는. 그렇다면 9·11이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시가 전쟁에 앞서 무슨 말을 했든, 그가 받은 정보기관의 보고서에 무슨 내용이 쓰여 있었든, 사담 후세인이 무기가 있었든 말든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국민들 역시 각 신문의 투고란을 통해 부시 대통령을 맹렬히 공격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즈> 한 독자는 지난 9일자 신문에 다음과 같이 썼다.
"해명? 부시는 사과를 해야 한다. '대량파괴무기'가 어디 있었단 말인가? 이라크가 9·11 테러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알케다가 이라크에서 활동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라크가 핵개발이라도 했던가? 아니다. 모든 것은 미국인들을 전쟁으로 이끌기 위한 변명이었을 뿐이다. 결국 우리가 얻은 것은 기록적인 적자와 무책임한 속임수 예산안이다. 그 거짓말은 도대체 언제나 끝이 날까?"
<워싱턴포스트>의 어떤 독자는 "부시는 자신의 모순을 인정하고 바로잡기는커녕 계속해서 새로운 모순을 보태기만 했다. 그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환영받고 있다고 말한 후, 다시 말을 바꾸어 이라크의 거센 저항은 예상된 일이기에 별로 놀라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일부는 "부시 이후 세계는 더 평화로운 곳이 되었다"고 말하며 부시를 지지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부시의 인터뷰에 실망감과 분노를 표하는 내용이었다.
언론과 국민들의 이런 반응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부시는 질문 내용에 상관 없이 모든 물음에 "후세인은 위험하다"거나 "이라크의 민주주의는 진전되고 있다"는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인 주장으로 일관했으며, 그마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투성이의 답변을 내놓기 일쑤였다. 심지어 부시 스스로 "고장난 전축처럼 똑같은 말은 반복하고 싶지는 않는데…"라고 말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