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위기'를 경고한 12일자 조선일보 5면 기사. (가판)
조선일보가 위기불감증에 빠진 한나라당에 모진 매를 들고 나섰다. 보기 나름으로는 '사랑의 매' 차원을 넘어 배신과 절망의 감정마저 더러 묻어나고 있는 듯하다. 향후 <조선>의 보도 태도가 주목된다.
11일 저녁 배포된 <조선> 가판은 한나라당을 호되게 비판하는 사설과 기사, 만평으로 채워져 있다.
<'위기 불감증' 한나라 끝모를 추락>이라는 기사는 "1월 중순 이후 한나라당이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에 밀려 2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당내에서는 이 상태로 총선을 치르면 '수도권 전패' '영남권 반패(半敗)'론 등 온갖 비관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의 한나라당 비판, '사랑의 매' 넘었다
민경찬 모금과 김수환 추기경 발언, 안상영 자살 등의 사건들이 한나라당의 숨통을 잠시 틔워주었지만 "당 지도부는 이런 기회조차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는 한 재선의원의 지적도 나왔다.
거의 매일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비판하는 데 급급했던 신경무 화백의 <조선 만평>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11일에는 서청원 의원을 데려가는 야당 의원들의 등뒤로 "아직도 열댓분이나 계시는데, 오신 김에 다 데려가라"고 비아냥거리는 구치소 교도관의 모습을 그리더니 12일자에는 대검 청문회장에서 "민경찬 수사"를 촉구하는 야당의원들을 "왜 '특검' 또 만들지 그래?'라고 속으로 비웃는 검찰 간부의 모습을 그렸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조선>의 딜레마가 가장 잘 드러난 곳은 역시 사설이다. '한나라당에 더 절망한다'는 사설은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 '미래연대'의 대표퇴진 요구까지 치달은 한나라당의 위기를 조명했다.
사설은 미래연대 성명을 소개하며 "수백억 차떼기 대선자금을 받은 정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불법자금을 받은 동료 의원의 석방동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써먹었으니 이런 자탄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사설은 또한 "지금 한나라당에선 인물 영입, 개혁 공천, 구시대 정치행태와의 절연 등 국민에게 약속했던 일도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며 "문제는 이 정당이 정부·여당에 대한 대안(代案) 세력의 자리를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