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법, 이의있습니다!

11일 차별연구회 토론회 '연말정산을 통해 본 소득세법상의 차별요소' 열려

등록 2004.02.11 23:27수정 2004.02.1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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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소득세법이 규정하는 연말정산 관련 조항이 혼인상태와 여부, 가족상황 등에 대해 차별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1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에서 열린 차별연구회의 토론회 '연말정산을 통해 본 소득세법상의 차별요소'에 패널로 참가한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유정미 연구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위원회 위원장 이유정 변호사, 인천발전연구원 이박혜경 연구위원은 소득세법상에 차별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소득에 부과하는 소득세의 과세표준은 소득금액에서 소득공제를 해 산출한다. 소득공제는 납세의무자의 부양가족상황에 따라 세부담에 차별을 두는 인적공제와 납세의무자가 지출한 보험료, 의료비를 공제하는 물적공제가 있다. 이때 소득공제의 적용대상, 범위와 내용을 규정하는 소득세법의 '제5관 종합소득공제'가 혼인여부, 가족상황, 혼인상태 및 성적지향에 대해 차별적이라는 것이 패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주제발표를 한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유정미 연구원(왼쪽)과 사회를 맡은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최성애 연구원(오른쪽)
주제발표를 한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유정미 연구원(왼쪽)과 사회를 맡은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최성애 연구원(오른쪽)송민성
우선 소득세법은 소득세법 51조 3항 부녀자공제에서 배우자가 있는 여성근로자와 부양가족이 있는 미혼여성 세대주의 경우 연간 50만원을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비취업 전업주부 가구보다 취업여성가구의 가사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유정미 연구원은 부녀자공제가 혼인가구 중심으로 되어 있어 다양화하는 가족형태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현재의 부녀자공제는 단독가구의 가사비용보전이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배우자가 없는 여성근로자는 공제신청을 할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유 연구원은 "부녀자 공제조항이 여성의 근로소득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면 모든 여성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녀자공제와 같이 혼인여부에 따라 차별을 두는 조항이 있는가 하면 가족상황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조항도 있다. 인적공제란 근로소득자가 부양하는 가족의 수에 따라 1인당 연간 100만원을 공제해 주는 방식이다.

이때 부양가족이란 '직계존속, 직계비속, 형제자매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동거입양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보호대상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를 일컫는다. 즉 가족의 범위는 혈연가족, 법적인 동거자녀, 대통령령이 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보호대상자로 한정된다.

유 연구원은 이러한 가족의 범위가 "새로운 부양-피부양의 관계 형성이 증가하는 현대 가족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며 "인적공제의 범위가 사실상의 부양-피부양 관계로 조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박혜경 연구위원 역시 이에 동의하며 '친밀한 결사체'라는 용어가 현대의 변화된 가족상황을 반영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이박 위원은 "가족을 법이 규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가족형태와 가족에 대한 가치관을 법이 끌고 가려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정 변호사는 부양가족이 직계존속일 경우 남성은 만 60세 이상, 여성은 만 55세 이상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남성과 여성의 가동연한(사람이 일정한 직업을 통해 소득을 벌 수 있는 최후연령으로 소득기한이라고도 한다)이 다를 이유가 없으며, 이러한 규정이 여성과 남성의 가동연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지정토론을 한 인천발전연구원 이박혜경 연구위원(왼쪽)과 민변 여성위원회 위원장 이유정 변호사(오른쪽)
이날 토론회에서 지정토론을 한 인천발전연구원 이박혜경 연구위원(왼쪽)과 민변 여성위원회 위원장 이유정 변호사(오른쪽)송민성
뿐만 아니라, 소득세법 50조 2항의 배우자 공제는 법률혼만을 인정하고 있어 동성간/이성간 사실상의 혼인상태에 있는 근로소득자를 차별하고 있다. 또 맞벌이 부부의 경우 보육비나 도우미비 등 가사비용이 더 드는 데도 배우자공제를 받지 못한다.

이 변호사는 배우자공제가 "기본적으로 근로소득자인 기혼남성과 전업주부인 기혼여성 부부를 중심으로 만든 규정으로 보인다"면서 "전업주부의 노동은 소득으로 취급하지 않고, 직장여성의 가사지출비용은 공제되지 않아 직장여성과 전업주부 간 차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변호사는 보육비나 도우미비 등 가사관련 비용은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필요경비이므로 이를 공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이와 같은 차별 요소를 없애기 위한 방안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유 연구원은 ▲독신가구에도 부녀자 공제조항 적용 ▲부양가족의 범위를 사실상의 부양-피부양 관계로 조정 ▲피부양자의 배우자는 동성/이성의 파트너로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실질적인 부양관계를 어떻게 입증하고 조사할 것인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실상의 부양관계로까지 범위를 확장한다면 허위신고를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이박 위원은 "동성 파트너로 범위가 확장된다고 하더라도 소득세법의 혜택을 받으려면 자신의 성적지향을 드러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경계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차별연구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소득세법 제5관 종합소득공제가 국가인권위원회법 30조 1항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진정을 낸 바 있다.

사회를 맡은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의 최성애 연구원(차별연구회 회원)은 "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면 그에 따라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쟁점으로 만들 것인지 논의해 보자"는 말로 토론회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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