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이 뭐길래

등록 2004.02.13 22:21수정 2004.02.1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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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9시. 늦은 저녁식사를 하는 아들 옆에서 요즘 아들 밥챙겨주는 낙으로 사시는 어머니가 당신의 오늘 일기를 풀어놓으신다.

그 가운데 이야기 하나.

'길 건너 시장에서 오랫동안 생선 장사를 하시는 아주머니가 계시는데 그분께는 아들이 한 명 있다. 그 아들은 어머니의 고생덕에 대학까지 잘 다녔고 지금은 괜찮은 직업을 가졌다. 그리고 결혼까지 해서 얼마 전에는 2세까지 보게 되었다고 한다.

고생고생하며 키운 아들이라 그런지 아주머니는 손자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장사하다 손님이 뜸하게 되면 시장 근처에 있는 아들네로 쫓아가 손자 얼굴 한 번 보고오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는데.

그날도 아주머니는 한가한 시간이라 이웃에게 가게를 부탁하고는 장사하던 차림 그대로 아들네로 발길을 재촉했다. 보고 또 봐도 보고싶은 손자를 보기 위해.

아들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아주머니는 안에서 여러 명의 젊은 여자들이 찾아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들네 손님으로 온 젊은 여자들도 아주머니를 보게 되었다. 며느리 친구들이 아들네에 놀러온 것이다.

젊은 여자들은 며느리에게, 생선 냄새를 풍기며 들어오는 저 아주머니가 누구인지 물었고 며느리는 아주머니를 자기집에 생선 대어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후로 아주머니는 함부로(?) 아들네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며 그 며느리의 행동에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나 역시 내 체면을 위해 가족들을 섭섭하게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았다. 당장 생각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잊은 일이지만 그 일을 마음에 두고 두고 섭섭함과 함께 간직하고 있을 가족을 생각하니 웬지 미안한 마음이다.

다른 이야기 둘.

지난 일요일에 등산동호회에서 시산제가 있었다. 시산제는 올 한해 산을 찾는 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산신에게 비는 행사다.

모인 사람이 50여명은 되는 것 같았다. 그중 10여명은 시산제에 쓰일 고사떡, 돼지머리, 과일, 막걸리 등을 배낭으로 산 정상까지 날랐다. 서울 근교 낮은 산이라 배낭없이 가볍게 찾았던 내게 시루떡 두 덩이를 넣은 배낭 하나가 맡겨졌다. 떡 두덩이쯤이야. 그런데 장난이 아니다. 만만하게 봤는데 평소 땀을 흘리지 않던 내가 땀까지 흘려가며 산을 올라야 했다.

겨우겨우 올라 시산제를 마치고 예닐곱명씩 모여앉아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 중 누구는 이번 선거는 하지 않겠다고 하고 누구는 못볼 것 많이 본 정치인이지만 그럴수록 선거 꼭 참석해 고쳐야하잖냐고 한다. 선거 이야기는 아주 잠시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매일 뉴스에서 체면 못차리는 정치인들을 보며 국민들은 어떤 기분일까? 그건 아마도 국회에 앉아 생선 장사로 아들을 훌륭히 키운 어머니를 사람들 앞에서, 우리집에 생선 대어주는 사람이라고 속이는 며느리를 보는 기분이 아닐런지. 또 지금 국회에 시산제와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산정상까지 힘겹게 나르는 사람보다 훨씬 못한 정치인들이 너무 많은건 아닌지.

덧붙이는 글 | 아들 밥차려주는 낙으로 사시는 어머니처럼 국민들 행복하게 하는 정치인을 후원하는 낙으로 사는 국민으로 살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아들 밥차려주는 낙으로 사시는 어머니처럼 국민들 행복하게 하는 정치인을 후원하는 낙으로 사는 국민으로 살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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