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주부의 운전면허 도전기②

난(難)코스-기어변속과 돌발상황

등록 2004.02.16 11:07수정 2004.03.08 14:3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며칠동안 눈이 많이 내렸다. 운전에 대한 감도 잡히기 전에, 아니 이제 겨우 혀끝에만 맛보았을 뿐인데 눈 때문에 혀끝의 느낌마저도 잊혀질까 조바심이 난다.


그래도 다행히 낮 동안의 햇볕은 눈을 녹이기엔 충분하다. 하루를 못 가고 다음날 오후에 학원에 갔다. 처음의 긴장감이 모두 가시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선생님의 설명이 귀에 들어온다.

가속페달에는 발도 올리지 않았던 것과 달리 가속페달을 살짝 밟는 연습도 했다. 발을 대기만 해도 속도가 나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몇 바퀴를 돌고 나니 코스 순서는 대강 알 것 같았다. 처음에는 우회전을 해야하는지 직진해야하는지도 몰랐다. 바닥에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데도 말이다.

굴절코스와 정지 후 출발하는 것은 이제 수월하다. 평행주차와 방향전환코스는 공식(?)이 있는데 그것도 알려준 대로 하니까 그리 어렵진 않았다. 물론 아직도 버벅거리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긴 하지만….

기어변속, 빠르게 혹은 느리게 가야할 때를 조절한다


기어변속 구간은 불과 20여m 거리밖에 되지 않지만 초보자에게는 최대의 난코스다.
기어변속 구간은 불과 20여m 거리밖에 되지 않지만 초보자에게는 최대의 난코스다.엄선주
가장 어려운 것은 기어변속구간이다.

"1단으로 가다가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면서 속도를 올린다. 클러치 밟고 2단 기어 넣은 후 가속페달을 시속 20km가 넘을 때까지 밟고 가다가 클러치 밟고 브레이크로 속도를 줄이면서 다시 1단으로 기어를 바꾼 다음 클러치를 뗀다."


이 과정이 불과 몇 십 초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도 쭉 가면서 말이다.

빨리 가야할 때와 느리게 가야할 때를 조절한다는 건, 우리의 삶에서처럼 쉽진 않은 일이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또 하나, 깜짝 깜짝 놀라게 되는 것이 바로 ‘돌발 상황’이다. 운행 도중 갑작스런 사이렌 소리가 바로 돌발 상황을 나타내는데 이 때 무조건 급정거를 해야 한다. 물론 브레이크 밟기 전에 클러치를 밟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급정거 후 바로 비상등을 켰다 끄면 상황 종료.

선생님은 특히 돌발 상황에 관해 주의를 준다. 운전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으므로 항상 긴장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쉬는 날을 이용해 남편과 운전연습을 하러 차가 거의 안 다니는 한적한 곳으로 갔다. 2단과 1단을 번갈아 가며 바꾸는 연습을 했다. 또 대강의 감을 잡기 위해 방향전환하는 연습도 했다. 무조건 외운 대로 하다가 머리로 생각하면서 하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해도 상황파악과 감각 익히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남편에게 운전을 배우게 되면 십중팔구 부부싸움으로 번진다고들 한다. 오죽하면 이혼까지 하게 된다는 말까지 나왔을까마는 우리 부부는 비교적 평온(?)하게 연습을 끝마쳤다. 내 운전감각이 뛰어난(?) 건지 아님 남편 성격이 무던한 건지, 어느 쪽이건 감사한 일임엔 틀림없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4. 4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5. 5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