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모를 쓴 졸업생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비로소 꽃이 되었다”고 했던 김춘수 시인님의 시구를 생각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졸업생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불러주며 "너는 이런 점이 훌륭하니 이런 일을 했으면 좋겠고, 누구는 선생님들의 애를 그리도 태우더니 무슨무슨 훌륭한 일을 해 내더구나"라고 하시며 지난 3년 동안 희로애락을 같이 했던 스승으로써 지켜보았던 졸업생들의 강점들을 하나하나 열거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졸업생들은 자신의 차례에서는 바짝 긴장했다가도 자신도 잊고 있었던 지난 일들을 거론할 때는 웃다가 눈물을 글썽이기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관리자인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의 면면에 대해 이렇게 훤히 꿰뚫고 있었다는 것도 감동이었지만 더 나아가 장차 이 나라를 위해 어떤 재목으로 쓰일 수 있겠다는 좋은 조언까지 해 주시는 것을 보면서 일반 교육기관과는 사뭇 다른 잔잔한 감동이 흐르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군의원님과 면장님의 축사가 끝난 후에는 재학생의 송사에 이어 졸업생의 답사가 있었습니다.
순간 장내는 숙연해지고 선배를 보내는 아쉬움을 잔잔한 음악에 실어 낭송하던 후배들의 송사와 마음을 안정시키려 애를 쓰는 듯한 졸업생의 답사는 떨리는 음성이 역력했는데 요즘의 졸업식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어린 자녀를 자신의 품안에서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멀리 객지에 유학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학부모님의 회고사가 이어졌습니다.
“철없는 녀석들을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주신 선생님들께 정말 고맙다”며 그동안 감당해왔던 맘고생을 회고하시던 어머니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자식들을 외면했던 이 사회와 교육제도를 무척 원망도 했었는데 그런 자녀들을 맡아 이토록 훌륭히 키워주었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나 봅니다.
꽃다발이 전달되고 그리고 끝으로 석별가와 교가가 이어지면서 녹음되어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던 학생들은 어느새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11시에 시작된 졸업식은 무려 두 시간이 넘게 진행이 되었는데도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식이 모두 끝나고 그동안 한 기숙사에서 숙식을 같이 해오며, 정이 흠뻑 들었던 선후배들이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울지 말라고 후배들을 격려하다가 같이 울어버리는 졸업생,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연신 카메라에 담고 있는 지역신문의 기자들도 눈가가 붉어지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정을 떠나는 제자들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면서 지난 3년간의 고락이 만감으로 다가와 교차하는 듯 힘없이 손을 흔들어 눈물로 배웅을 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차라리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마치 먼 길을 떠나보내는 어린 자식을 품에 안고 안쓰러워하는 어머니의 심정이라고나 표현이 될까요?
아직 채 아물지 않은 나래를 펴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돌진하는 제자들의 뒷모습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듯싶습니다.
졸업생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무람보다는 사랑과 인내로써 자신들을 인도하고 가르쳤던 선생님들의 정성을 잊지 못했던지 두 번 세 번 교정을 뒤돌아보는 그들의 발길이 너무나 무겁게만 느껴졌습니다.
"참으로 애환이 많았습니다. 녀석들이 계속해서 사고를 치고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속이 상하여 그만 두어버릴까도 여러 번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마저 이 녀석들을 외면한다면 이 미운오리새끼들이 가야할 곳이 어디일까를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그렇게 속을 썩히고 맘고생을 시켰어도 미운정 고운정이 들었는지 막상 떠나 보내려하니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습니다"라며 한 여선생님은 말문을 잇지 못했습니다.
떠나는 제자와 떠나보내는 스승이 차마 헤어지기가 섭섭하여 젖은 눈빛으로 석별의 정을 대신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정규 대안중학교인 송학중학교의 졸업식은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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